최근 서울 동대문구 한국 외국어대에 유기견 한 마리가 나타났다. 비에 온몸이 흠뻑 젖은 채였고 목에는 낡은 밧줄이 감겨 있었다. 추위에 몸을 떨면서도 학생들이 다가가면 심하게 짖으며 경계했다.

유기견과 한국외국어대 학생들이 친해지기까지 3주가 걸렸다. 중앙도서관 앞에서 학생들이 주는 먹이를 먹을 때면 꼬리를 흔들며 애교를 부리기도 했다. 비 오는 날이면 학생들 우산 밑으로 들어와 함께 걸었다.

유기견의 평온한 날은 오래가지 못했다. 누군가가 "유기견이 돌아다녀 위험하다"고 동대문구청에 신고를 했기 때문이다. 지자체 유기견 보호소에 들어간 뒤 열흘이 지날 때까지 입양자나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에 처해질 위기였다.

유기견을 보호하던 경영학과 최서영 씨(23·여)를 비롯한 학생 10여 명은 유기견을 보호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동물보호 커뮤니티 '애니멀 아리랑'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유기견의 소식을 알렸다. 소식을 들은 누라꾼들은 '두 번 다시 버려지지 않고 새로운 가족을 만나길 바란다' '마음이 천사 같은 학생이다'라는 댓글과 함께 유기견에게 '외대'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해피빈 소액기부에는 유기견 외대의 치료비를 위한 모금활동이 시작됐고 지난 3일 오후까지 244명이 참여해 18만8,300원이 모였다. 최 씨는 "외대가 좋은 곳에 입양되고 다른 유기견들도 많이 알려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현재 유기견 외대는 '내사랑 바둑이'라는 유기견 보호소에서 두 번째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