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성인 10명 중 1명은 우울증을 앓고 있다. 매년 미국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만 4만명이다. 미국에서 자살로 사망하는 사람 수는 살해당하거나 전쟁 중 사망하는 사람의 2배에 이른다. ‘진화의 배신’은 세계적으로 저명한 심장병 전문의로 재직 중인 저자가 우울증의 원인을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수십만 년 이상 인류를 존속하고 번성하게 해준 ‘유전자’ 때문에 오늘날 우울증이 늘었다고 강조한다. 오랜 기간 인류가 비명횡사 당하지 않기 위해 경계하며 두려워했던 전략이 불안, 우울증, 그리고 자살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만년 이상 인류는 무수한 전쟁의 역사 속에서 살해되지 않으려면 다른 사람을 죽여야 했다. 싸울 힘이 없을 때는 도망을 치거나 순종적인 태도를 취했다.

이제 세상은 안전해졌다. 전쟁 같은 위험한 상황도 과거와 비교하면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폭력과 두려움에 대한 본능은 사람 마음속 깊숙이 남아 있다. 지나치게 조심하고 두려워하며 걱정하는 성향이 불안감과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심지어 자살로 이어지고 있다.

저자는 책을 통해 다양한 각도에서 해법을 살피며 대안을 제시한다. 의지로 우리의 행동을 바꾸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또 다른 선택지는 현대 과학과 의학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저자는 “인류가 가진 뛰어난 뇌를 활용해 타고난 체질과 시대의 요구를 일치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리 골드먼 지음/ 김희정 옮김/ 부키/ 2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