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고양이를 통해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릴 수 있을까. 코로나19는 아직 인수공통감염병으로 공식 등록돼 있지 않지만 사람으로부터 감염된 반려동물 사례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사람에서 동물로, 동물에서 사람으로 전파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당국은 최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25세 여성의 반려 고양이가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다만 이 반려묘는 코로나19 증상을 나타내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SCMP는 지난달 20일에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30세 여성의 2살짜리 셰퍼드가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16일에는 포메라니안 품종의 반려견이 코로나19 양성 반응 후 죽은 사례도 있다. 벨기에서도 지난달 27일 한 확진자의 반려묘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중국 하얼빈의 수의·생물공학 국가 핵심연구실의 시쟝종 연구원 등은 국제 생물학 분야 아카이브인 ‘bioRxiv’에 투고한 논문에서 고양이가 코로나19에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다양한 동물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주입하는 실험을 했는데 고양이와 흰색담비가 매우 민감한 것으로 나왔다. 연구진은 이 동물들의 체내에서 바이러스가 효과적으로 증식했다고 밝혔다.

특히, 고양이는 호흡기 비말을 통해 다른 고양이에게 바이러스를 옮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감염된 고양이가 다른 고양이에게 옮기듯 사람에게도 전염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개는 상대적으로 민감도가 낮았고, 바이러스가 제대로 증식하지 않았다. 돼지와 닭, 오리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반려동물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저장고가 될 수 있는 만큼 감시가 필요하다, 특히 고양이는 더욱 그렇다”고 주장했다. 홍콩 방역 당국도 “개·고양이 등 포유류 반려동물을 데리고 있는 사람은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반려동물을 격리 시설에 맡겨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아직은 반려동물이 코로나19에 걸린다는 증거가 불충분하고 사람 간의 감염을 관리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에서 반려동물에 대한 본격적인 바이러스 검사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자신이 키우는 반려동물이 코로나19에 걸렸는지 알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미국 워싱턴 동물질병진단연구소(WADDL)는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반려동물의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검사법을 보고서를 통해 공개했다. 검사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실시간 분자진단검사법(RT-PCR) 방식으로 이뤄진다. 입 뒤쪽 목 근처에서 검체를 채취해 연구소에 보내면, 연구소에서 RNA를 증폭시키는 방식으로 바이러스 유무를 확인한다.

검사 방식 자체는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정확한 결과를 위해 각 동물에 대한 ‘종 특이성 검사’(species-specific test)가 필요하다. 종에 따라 감염 양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이언스’는 WADDL의 검사 모델이 세계보건기구(WHO)의 승인을 받았고, 필요하면 하루에 100마리씩 검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