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견인 핏볼테리어 2마리가 충북 영동의 한 고양이 보호 시설에 난입해 고양이 9마리를 물어 죽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최근 동물사랑실천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후 9시쯤 영동군 매곡면의 한 민간 고양이 보호시설에 맹견 2마리가 난입해 고양이들을 물어뜯어 죽였다.

이 고양이 보호 시설은 양로원을 운영하는 A(54·여)씨가 남편과 함께 집 없는 고양이들을 돌보기 위해 마련한 곳으로, 고양이 200여마리가 생활하고 있다.

A 씨는 “사건 당일 맹견 2마리가 난입, 고양이들을 순식간에 물어뜯었다”고 주장했다. 고양이 4마리가 사건 직후 죽었고, 크게 다친 5마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을 거뒀다.

A씨가 놀라 달려갔을 때 현장은 고양이 털과 피로 뒤덮였으며, 고양이들은 비명을 지르며 울타리에 매달려있는 등 끔찍한 광경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겁먹은 A씨가 다가가지 못하고 있을 때 보호소 인근에 주차돼있던 트럭에서 B(56)씨가 달려와 개를 꺼내가려고 했다. A씨는 해당 개들이 투견으로 주로 사용되는 ‘핏불테리어’ 종이었으며, 트럭에 실린 우리 안에 다른 핏불테리어들이 많이 실려 있었다는 점을 들어 이 개들이 훈육된 맹견이라고 주장했다.

동물사랑실천협회 측은 “보호소 문은 누군가가 열어주지 않으면 개들이 들어갈 수 없는 구조”라며 “사건 발생 당시 B씨가 인근에 계속 서있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주민도 많다”고 B씨가 고의적으로 투견을 보호소에 풀어놨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어 “투견의 민첩성을 기르기 위해 ‘고양이 사냥’을 시킨다는 소문도 있다”면서 B씨가 의도적으로 훈련을 하기 위해 고양이 학살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청원 게시판에는 최근일 ‘잔인하기 짝이 없는 고양이 대학살극, 강력처벌을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시작됐다.

그러나 B씨는 “개 6마리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는데 실수로 2마리가 무리에서 이탈한 것”이라며 의도적인 공격이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B씨는 “해당 개들은 투견이 아니라 러시아 사냥개 ‘라이카’와 교배종”이라며 “관리 소홀로 고양이에게 해를 입힌 것은 맞지만, 우발적인 사고였다. A씨에게 여려차례 사과하고 배상하려했지만 A씨가 믿어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재 A씨의 고발장을 접수한 영동경찰서는 재물손괴죄를 적용하는 방향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