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상사에게 “친구와 절교해서 너무 힘들어 하루 쉬겠다”는 말을 한다면, 어떤 반응이 돌아올까. ‘말도 안 되는 핑계’라는 핀잔은 차치하고, 아마 이런 상황 자체를 상상하지 못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사랑하는 사람, 즉 배우자나 애인과 헤어져 너무 힘드니 쉬고 싶다.” 아마도 “괜찮으냐”며 위로를 건네는 이가 적지 않을 듯하다.
미 공영 라디오 npr의 다큐멘터리 팟캐스트 프로듀서 겸 편집자인 저자는 ‘사랑’만큼 관계 형성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그만한 대접을 받지 못하는 ‘우정’을 다각도로 해부한다. 대표적인 것이 ‘상실’에 대한 사회 통념적 접근. 저자는 진화심리학자, 사회학자 등의 방대한 연구를 제시하며 ‘절친’이 떠나고 난 뒤 닥치는 감정적 상흔을 ‘모호한 상실’ ‘복합성 애도’라고 칭하면서 “오래 지속하면 인간을 무력하게 만들 수 있는 위험 인자”라고 우정의 가치를 역설한다.
저자는 또 자신의 사례를 언급하며, 친구를 중심으로 삶을 재구성한 플라토닉한 커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사회 관습에 도전하는 현장을 상세히 전한다. 서로 다른 성 정체성을 지닌 이들이 함께 살거나, 공동 양육을 하는 식이다. 가족이란 제도적 틀에 대한 세계관을 확장하는 한편, 사별·이혼 등 가족의 해체로 ‘외로움’이라는 병을 앓고 있는 수많은 현대인에게 극복의 대안을 안내하는 해법서이기도 하다.
라이나 코헨 저/ 박희원 역/ 현암사/ 408쪽/ 2만1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