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는 수천 년 된 유서 깊은 글자다. 역사가 깊다는 건 사연도 많다는 뜻이다. 사람들이 웃고, 울며 생활한 서사가 한자엔 응집돼 있다. 또한 표의(表意) 문자이기 때문에 문자마다 의미를 담고 있다.
가령, 이름을 의미하는 명(名)자는 인공의 빛이 없던 시절, 해가 떨어진 뒤 나를 입증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어둠이 내리면 타인의 얼굴을 확인할 수 없기에 스스로 이름을 밝히며 본인을 증명해야 했다. 저녁(夕)과 입(口)이 만나 이름(名)이라는 글자를 이룬 이유다.
독일에서 중국학을 공부하는 한문학자인 저자가 한자에 관해 쓴 에세이다. '살아있는 기분' '색깔의 기분' '계절의 기분' '얼룩을 닦는 기분' '헤아리는 기분' 등 열두가지 테마로 분류해 글을 썼다.
땅 위에서 새싹이 돋아나는 형상을 담은 '생'(生)은 원래 태어남을 의미했는데, 이후 살아가다, 나아가 삶 전체를 아우르는 말로 확장됐다고 한다. 책에는 이런 한자에 대한 정보와 함께 삶에 대한 해설을 담았다. 따뜻한 이야기도, 위로가 되는 이야기도, 쓸쓸한 이야기도 있다.
최다정 저/ 268쪽/ 한겨레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