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기업을 포함한 대기업들이 장기간에 걸쳐 가축사료 가격을 담합한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특히 혐의를 받고 있는 11개사는 사장부터 대리 직급까지 조직적으로 담합에 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회사의 담합 시기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사료값 폭등 등으로 축산농의 자살 사건까지 발생했던 시기다.
반려동물 식품(사료)의 담합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23일 공정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2006∼2011년 5년간 카길애그리퓨리나,하림홀딩스,대한제당, 팜스코, 두산생물자원 등 11개 사료 제조·판매사들이 가격을 짬짜미한 혐의에 대한 조사를 최근 마무리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11개사 사장단은 2006년 하반기 국제 곡물가격 상승으로 배합사료 가격 인상 필요성이 대두되자 같은 해 10월을 전후해 친목을 핑계로 골프 및 저녁식사 모임을 갖고 담합에 대해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사장단 모임은 특정 대학의 과 선후배들이 주축이 돼 자연스레 담합이 이뤄졌다.
사장단이 담합을 합의한 직후 각 회사 영업본부장, 마케팅실장 등 고위 임원들은 2차 담합 모임을 가졌다. 이들은 사장단으로부터 전달받은 합의 내용을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소, 돼지 등 축종별 사료 가격 인상 폭과 시기를 결정했다. 이후 대리·과장급으로 구성된 실무자 모임은 담합을 실행하고 합의대로 이행됐는지를 모니터링했다.
이들 회사는 이 같은 방식으로 2011년까지 5년간 약 15차례 담합을 저질렀다. 이들은 가장 먼저 가격을 올리거나 내리는 회사에 대해 ‘총대를 멘다’는 표현을 썼고 총대 멘 회사에 이어 순차적으로 가격을 따라갔다. 이들은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농협사료가 가격을 인상·인하하면 뒤따라서 인상 폭은 크게 하고 인하 폭은 작게 하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챙겼다.
배합사료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는 이들 11개사의 조직적 담합으로 축산농가들의 사료값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5년여간 담합기간 동안 이들 회사의 관련 매출액은 13조원이 넘었다.
이 사건 조사를 담당한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은 담합 결과가 축산농가의 부담으로 직결되는 등 혐의가 매우 중대하다는 판단 아래 과징금 부과 기준율을 관련 매출액의 7∼10%로 정했다. 이에 따라 1심 재판부 격인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혐의를 인정한다는 가정 아래 이들 회사가 부담할 과징금은 1조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공정위는 다음달 중 전원회의를 열어 이 사건을 심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