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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육식만 금기가 존재할까...
  • 편집부
  • 등록 2013-07-22 10:2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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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우리 조상인 호모 에렉투스가 180만년 전에 불을 알고부터 익힌 고기를 즐겼다고 합니다. 하지만 오랜 세월에 걸친 식생활 습관을 보면, 식물성 음식에 대한 금기는 거의 볼 수 없습니다. 오직 세계 각지에서 육식에 대해서만 다양한 편견과 금기가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인종이나 문화에 대한 미각의 차이나 조리 방법의 차이라기보다, 동물의 생명을 빼앗아 그 고기를 먹는 다는 데에 대한 감정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나중에는 그것들이 종교적인 금기로 체계화된 경우도 적지 않은데, 대표적인 예로 힌두교의 소나 이슬람교의 돼지를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완전한 채식주의를 주장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세계적 규모의 종교를 보더라도 신자에게 채식을 강요하거나 식사에 달걀이나 육류를 사용하는 것을 전면적으로 금지한 종교는 하나도 없습니다. 살생을 금지하는 불교에서조차도 자신의 손으로 살해해 먹지 않는 한 금지하지는 않습니다. 교리 실천이 엄격한 동남아시아나 스리랑카 등의 불교도들, 극단적으로 경건한 극소수의 승려를 제외하면 일반인이나 마찬가지로 육류나 생선을 먹습니다.

단 인도의 자이나교나 예수 재림 교리를 중시하는 세븐스 데이 에드벤티스트(sevens day adventist) 등의 소규모 종교에서는 원칙적으로 육식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자이나교는 불살생(不殺生) 엄수를 매우 중시하여, 육식은 물론이고 어떤 경우에도 생물을 죽이거나 상처를 입히지 말아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수도승은 공기 속을 날아다니는 작은 곤충류를 자기도 모르게 삼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마스크로 입을 가리고, 발밑의 생물(대부분 개미이지만)을 밟지 않기 위해 빗자루로 쓸면서 걸어 다닐 정도로 철저합니다.

그러나 모든 육류를 거부하는 이른바 육식 금기를 실행하고 있는 사람은 세계 전체 인구의 1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나아가 달걀이나 유제품조차도 입에 대지 않는 완벽한 채식주의자(vegan)는 그 10분의 1도 되지 않습니다. 즉 전 세계 사람들 대부분은 육식에 대한 저항감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즐기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왜 육식 금기가 존재하는 것일까요.

원래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음식물이라면 굳이 금기시 할 이유가 없습니다. 먹어서는 안 된다는 금기가 설정된 데에는 식용할 경우에 맛이 있는 음식인 경우도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소, 돼지 등이 그렇습니다.

종교적인 배경이 금기를 만들어냈다는 설도 있지만, 굳이 종교까지 내세우는 이유는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그 대상물을 먹지 못하게 하기 위한 일종의 방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하필 그 음식(소나 돼지)을 먹지 못하게 만든 것일까 의문이 듭니다.

문화인류학자인 마빈 해리스는 공리주의(公理主義)를 바탕으로 이 점을 설명합니다.

어떤 집단이나 민족에게 있어서 육식은 어떤 유용성을 가지고 있는가, 조달 비용이 이익을 어느 정도나 합치되는가 하는 판단을 근거로 금기가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리려면 그 음식물이 적은 비용으로 큰 이익(칼로리 값)을 올릴 수 있는가 없는가 하는 것이 가장 큰 큰 관심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입니다.

즉 해리스에 의하면 비용 대 효과가 비슷한 음식물의 재배나 사육은 장려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쓸데없이 비용과 노력을 투입하지 않도록 ‘금기’라는 낙인을 찍게 된다는 설명입니다.

예를 들어 이슬람교에서 돼지고기가 금기로 여겨지는 된 이유는, 아무리 고기가 맛있어도 고온 건조한 중동지역에 돼지를 사육하는 것은 사회전체로 볼 때 이익을 안겨주는 가축에 해당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중동에서 돼지는 금기의 대상이 됐습니다.

어떤 지역에서는 특정 육류가 편견의 대상되거나 금기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이처럼 사육 자체가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식용으로서 당연하다는 듯 선호를 받는 육류와 그렇지 않은 육류의 우열이 매겨지는 것이죠.

인도의 힌두교들도(금식의 대상인 소는 제쳐두고) 일반적으로 염소, 양, 돼지 ,말의 순서로 선호합니다. 그런데 이슬람교도들은(금식의 대상인 돼지는 제쳐두고) 양, 염소, 닭, 소의 순서가 됩니다. 그리고 중국에서는 ‘버릴 것이 없는 최상의 고기’로 불리는 돼지가 1위를 차지하고 양, 닭, 소의 순서가 매겨집니다. 또 유럽이나 일본에서는 소, 돼지, 닭, 양, 염소의 순서입니다.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삼복에 즐겨 찾는 개고기는 어느 문화권에서도 식용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불교에 의한 불살생의 사상이 침투해 있는 불교국가와 달리 유럽인은 예로부터 육식을 즐기는 인종이라는 이미지가 고정되어 있습니다. 크리스트교를 유입한 유럽에서는 신이 인간의 식용으로 삼기 위해 동물을 만들었다는 사상이 정착되어 있어, 동물을 죽여서 먹는 데에 아무런 저항이 느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단 돼지나 양은 어찌됐든 소의 경우에는 농사를 지을 때에 많은 도움을 주는 동물이기 때문에 18세기 말까지는 육식을 위해 죽이면 혹독한 처벌을 받았습니다. 쇠고기가 일반 가정의 식탁에 오르게 된 것은 19세기 중반으로, 곡류의 대량생산 체제가 확립되고 사료도 목초에서 곡물로 바뀌면서 2년 주기로 쇠고기를 얻을 수 있게 된 이후입니다.

또 20세기 초에 냉동기술이 보급될 때까지 유럽인들은 부드러운 비프 스테이크는 맛볼 수 없었습니다. 그때까지의 서민들은 소금에 절인 고기, 건조시킨 고기, 기껏해야 썩기 시작하는 고기를 먹었다고 하니까 식생활은 매우 빈약했습니다.

그럼에도 유럽인들은 개고기를 먹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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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펫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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