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반려동물을 해치면 어떤 죄가 성립될까.
남의 동물을 해치면 ‘재물손괴죄’로 처벌 받을 수 있다. 법에서 동물의 지위를 물건과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서울중앙지법은 전 여자친구의 강아지를 때려서 죽인 혐의 등으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홧김에 전 여자친구의 집에 있던 암컷 슈나우저 강아지를 책상 모서리 쪽으로 집어던지고 손으로 수차례 때려 숨지게 했다.
상해, 무고 혐의 등이 더해져 실형이 선고됐지만 홍씨의 범죄사실 중 강아지를 숨지게 한 혐의에는 형법상 ‘재물손괴죄’가 적용됐다. 동물을 죽인 범죄에 대한 처벌 규정이 '동물보호법'에도 마련돼 있지만 형량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보다 많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는 ‘재물손괴죄’를 적용하는 사례가 많은 것이다.
2010년 이웃의 고양이를 때린 뒤 고층에서 떨어뜨려 죽인 혐의로 기소된 20대 여성에게 1심 법원은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역시 동물보호법을 적용하면 처벌이 가벼워 형법 제 366조의 ‘재물손괴죄’가 적용됐다.
동물을 생명이 아닌 물건으로 여겨야 가해자에게 더 중한 처벌을 내릴 수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인 것이다. 재판부 역시 동물의 생명 경시 풍조를 막기 위해 입법한 동물보호법이 있지만 학대 행위에 대한 처벌수위를 고려해 동물을 물건으로 상정해 기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법은 생명을 죽이는 것보다 재물을 손괴하는 것의 책임이 무겁다고 보는 셈이다.
관계 법령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들은 동물 학대에 대해 최대 10년의 징역형까지 처할 수 있도록 무거운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