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트리게로스 델 바예(Trigueros del Valle) 마을 개와 고양이를 '비인간 거주민(non-human residents)'으로 인정하고 사람과 똑같이 대우하기로 했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가 최근 보도했다.
스페인 중북부 레온 자치 지방에 위치한 이 마을은 거주민이 330명 밖에 되지 않는 작은 마을로 원래 동물애호보다는 아름다운 성채 등으로 유명한 관광지이다.
이 마을은 최근 개와 고양이를 '비인간 거주민'으로 인정하는 사안에 대해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투표한 결과 만장일치로 찬성했다. 이에 대해 동물애호가들은 "동물 권리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전환할 시점이 도래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며 환영했다.
이 마을의 시장 페드로 페레즈 이스피노자(Pedro Pérez Espinosa)는 "개와 고양이는 1000년 전부터 우리와 함께 살아왔다"며 "앞으로 인간들뿐만 아니라 개와 고양이의 소망도 존중하고 대변할 책임을 지게 됐다"고 말했다.
사실 트리게로스 마을의 개와 고양이를 '비인간 거주민'으로 인정하는 투표는 투우 경기 반대를 표명하기 위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인간 주민에게 상해 또는 죽음에 이르게 하는 어떠한 행위 금지' 규정도 새롭게 정해져 트리게로스 마을에서는 투우 경기와 같이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잔인한 스포츠는 할 수 없다.
앞서 2010년 스페인 카탈로니아 주가 처음 투표를 통해 투우를 금지하면서 스페인 전통 스포츠로 알려져 있는 투우 경기에 대한 논란은 가중됐다.
카탈로니아 주의 법을 따라 투우 경기를 금지한 주도 있지만, 스페인 중앙 정부는 현재 투우를 국가 문화유산으로 지정하고 관련 활동에 세금 우대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이에 따라 트리게로스 마을의 동물 권리에 대한 움직임은 스페인 전역에서 꾸준히 논란이 되고 있는 투우 경기 찬반양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다른 국가에서도 동물에게 '인권'에 준하는 권리를 부여한 과거 사례가 있다. 2013년 인도는 돌고래의 권리를 대폭 신장시키는 선언을 했다.
당시 인도 정부는 "돌고래들은 인간(Human)은 아니지만 사람(Person)이나 다름 없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별도의 권리가 존재한다"며 "오락을 위해 돌고래를 붙잡아 감금하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비록 인도의 이 같은 선언은 돌고래에게 인간과 동일한 권한이 주어지지는 않았지만 이후 인도 내 워터파크 등에서의 돌고래 쇼는 법적으로 금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