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눈은 아래위로 찢어진 듯 가느다란 수직형의 동공을 가지고 있다. 반면 양·소·말 등 초식동물의 동공 모양은 가느다란 수평형이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주립대와 영국 더럼대 공동 연구팀이 왜 이런 차이가 나는지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내놨다.
공동연구팀은 최근 “육상동물 214종을 분석해보니 양이나 소·말 등 초식동물들은 땅에 가까이 시선을 두면서도 전방과 좌우의 시야를 넓혀 포식자의 접근을 감시하고, 나아가 태양빛의 눈부심을 방지하려 머리 옆쪽에 수평형의 동공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들의 논문은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스트>에 실렸다.
실제로 초식동물들은 풀을 뜯어먹을 때와 고개를 쳐들 때 동공이 지면과 수평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 상하로 50도 이상 눈을 회전시키는 것으로 관찰됐다. 이는 사람이 눈을 돌리는 각도보다 10배가 넘는 것이다.
연구팀은 수직형의 ‘고양이 눈’은 밝고 어두움에 따라 빛 입사량을 조절하기 위한 것이라는 기존 해석과 다른 설명을 내놓았다.
논문 주저자인 마틴 뱅크스 버클리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는 “포식자들의 눈이 가느다란 수직형인 것은 가까운 물체의 움직임도 잘 포착하고, 또 멀리 있는 물체의 거리를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 진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포식자들의 눈은 난시이다. 수직으로 놓인 대상은 초점거리보다 멀거나 가깝더라도 이미지가 선명하게 맺히는 데 비해 수평으로 놓인 대상은 흐릿하게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느다란 수직형 동공이 모든 포식자한테 적용되는 건 아니다. 연구팀은 지면에 가까운, 곧 작은 포식자들만 이런 모양의 동공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호랑이나 사자 등은 사람처럼 둥근 동공을 가지고 있다. 연구팀이 조사해보니 얼굴 정면에 눈이 있는 동물 65종 가운데 44종이 수직형 동공을 가졌는데, 36종(82%)이 어깨높이 기준으로 키가 42㎝ 이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