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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인간보다 최대 10만배 뛰어난 후각(嗅覺)을 갖고 있다. 개의 암 진단은 이 '탁월한 능력'을 활용해 이뤄진다. 개를 훈련해 사람 소변 냄새를 맡았을 때 전립선암 환자의 소변을 발견하게 되면 어떤 반응을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이번 영국에서의 실험에 동원된 개는 '의료진단견(Medical Detection Dogs)'이라는 자선단체 소속으로, 이 단체가 실시한 초기 연구에서 93%의 정확성을 보였다고 한다.
개가 냄새를 통해 암 환자를 식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그동안 외신에서 몇 차례 보도한 적이 있다. 이번 영국 사례는 이 방법이 실제 암 환자 진단에 사용될 가능성을 열었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지난 4월 이탈리아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에 "개를 활용해 전립선암 환자를 진단하는 실험을 한 결과 90%의 이상의 정확도를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전립선암 환자 360명, 암이 없는 정상인 540명 등 총 900명의 소변 샘플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실험에는 세 살짜리 독일산 셰퍼드 암캐 두 마리가 투입됐다. 이 중 한 마리는 전립선암 환자를 100% 구별했으며, 나머지 한 마리도 98.6%의 정확도를 보였다.
암을 진단할 때는 이처럼 암 환자를 정확히 짚어내는 '민감도'와 함께 암이 없는 사람을 정상인으로 식별하는 '특이도'도 중요하다. 암이 없는데도 암 환자로 인식한다면 큰 낭패이기 때문이다. 두 셰퍼드는 이런 특이도에서도 오류 확률이 각각 1.3%, 3.6%에 불과했다.
개를 활용한 암 진단은 전립선암 이외에 폐암과 피부암, 방광암, 유방암, 난소암 등에 대해서도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11년 독일 쉴러회에 병원의 토르스텐 발레스 박사는 "개에게 사람의 날숨 냄새를 맡게 해 폐암 환자를 찾아내는 실험이 71%의 정확도를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실험은 폐암 환자 60명,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 50명, 정상인 110명의 날숨 샘플을 대상으로 했다. 개에게 5개 샘플을 냄새 맡게 하고 폐암 환자의 날숨을 알아채면 그 앞에 앉도록 했다. 실험에는 호주산 셰퍼드와 래브라도 4마리가 참여했다.
일본에서는 2011년 초 대장암 진단에 개를 동원한 사례가 있다. 실험에서 개는 대장암 환자의 날숨 냄새를 맡았을 땐 36명의 암 환자 중 33명을 식별했고, 대변을 맡았을 때는 38명 중 37명의 암 환자를 구별해냈다.
과학자들은 개가 암 환자를 식별할 수 있는 건 암이 특별한 물질을 만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암이 생기면 인간의 대사(代謝) 과정이 변형되는데 이때 발생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의 냄새를 개가 구별한다는 것이다. 이 물질은 피에 섞여 돌아다니다 소변이나 날숨 등을 통해 배출된다. 현재 과학·의료 수준에서는 이 VOCs의 정체가 무엇인지 명확히 밝히지 못한 상태다. 국립암센터 관계자는 "암 때문에 발생한 물질을 '종양표지자'라고 하는데 아직 확실한 종양표지자가 별로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인간이 암 진단에 개를 동원하게 된 것은 기존 암 진단법이 '충분히' 믿을 만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전립선암은 혈액검사를 통해 PSA(전립선특이항원) 수치를 확인하는 방법이 널리 사용된다. 이 수치가 3ng/㎖ 이상이면 전립선암을 의심하고 조직검사를 한다. 손환철 서울의대 보라매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이 수치가 3~10ng/㎖인 사람이 실제 전립선암 환자로 밝혀지는 확률은 20~25%, 10ng/㎖ 초과는 40%를 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낮다고 할 순 없지만 만족할만한 수준도 아닌 것이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혈액검사에서 전립선암이 의심된 사람 중 3분의 2는 실제 암이 발생하지 않고, 반대로 전립선암에 걸린 사람의 20%는 정상 수치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