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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서 개가 전립선암 찾아내..소변냄새로 93% 정확도
  • 이소영 기자
  • 등록 2015-08-23 06:49:48
  • 수정 2015-08-23 06:5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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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보다 10만 배 뛰어난 후각을 가진 개가 드디어 암 발견에 나선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최근 "특수 훈련을 받은 개가 전립선암을 진단하도록 하는 시험이 영국 국민건강보험(NHS)의 승인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시험은 밀턴 케인스 대학병원에서 진행될 예정인데 결과가 '신뢰할 만한 수준'이라고 판명될 경우 일선 병원에도 이 진단법이 도입될 전망이다.

개는 인간보다 최대 10만배 뛰어난 후각(嗅覺)을 갖고 있다. 개의 암 진단은 이 '탁월한 능력'을 활용해 이뤄진다. 개를 훈련해 사람 소변 냄새를 맡았을 때 전립선암 환자의 소변을 발견하게 되면 어떤 반응을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이번 영국에서의 실험에 동원된 개는 '의료진단견(Medical Detection Dogs)'이라는 자선단체 소속으로, 이 단체가 실시한 초기 연구에서 93%의 정확성을 보였다고 한다.

개가 냄새를 통해 암 환자를 식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그동안 외신에서 몇 차례 보도한 적이 있다. 이번 영국 사례는 이 방법이 실제 암 환자 진단에 사용될 가능성을 열었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지난 4월 이탈리아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에 "개를 활용해 전립선암 환자를 진단하는 실험을 한 결과 90%의 이상의 정확도를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전립선암 환자 360명, 암이 없는 정상인 540명 등 총 900명의 소변 샘플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실험에는 세 살짜리 독일산 셰퍼드 암캐 두 마리가 투입됐다. 이 중 한 마리는 전립선암 환자를 100% 구별했으며, 나머지 한 마리도 98.6%의 정확도를 보였다.

암을 진단할 때는 이처럼 암 환자를 정확히 짚어내는 '민감도'와 함께 암이 없는 사람을 정상인으로 식별하는 '특이도'도 중요하다. 암이 없는데도 암 환자로 인식한다면 큰 낭패이기 때문이다. 두 셰퍼드는 이런 특이도에서도 오류 확률이 각각 1.3%, 3.6%에 불과했다.

개를 활용한 암 진단은 전립선암 이외에 폐암과 피부암, 방광암, 유방암, 난소암 등에 대해서도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11년 독일 쉴러회에 병원의 토르스텐 발레스 박사는 "개에게 사람의 날숨 냄새를 맡게 해 폐암 환자를 찾아내는 실험이 71%의 정확도를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실험은 폐암 환자 60명,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 50명, 정상인 110명의 날숨 샘플을 대상으로 했다. 개에게 5개 샘플을 냄새 맡게 하고 폐암 환자의 날숨을 알아채면 그 앞에 앉도록 했다. 실험에는 호주산 셰퍼드와 래브라도 4마리가 참여했다.

일본에서는 2011년 초 대장암 진단에 개를 동원한 사례가 있다. 실험에서 개는 대장암 환자의 날숨 냄새를 맡았을 땐 36명의 암 환자 중 33명을 식별했고, 대변을 맡았을 때는 38명 중 37명의 암 환자를 구별해냈다.

과학자들은 개가 암 환자를 식별할 수 있는 건 암이 특별한 물질을 만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암이 생기면 인간의 대사(代謝) 과정이 변형되는데 이때 발생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의 냄새를 개가 구별한다는 것이다. 이 물질은 피에 섞여 돌아다니다 소변이나 날숨 등을 통해 배출된다. 현재 과학·의료 수준에서는 이 VOCs의 정체가 무엇인지 명확히 밝히지 못한 상태다. 국립암센터 관계자는 "암 때문에 발생한 물질을 '종양표지자'라고 하는데 아직 확실한 종양표지자가 별로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인간이 암 진단에 개를 동원하게 된 것은 기존 암 진단법이 '충분히' 믿을 만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전립선암은 혈액검사를 통해 PSA(전립선특이항원) 수치를 확인하는 방법이 널리 사용된다. 이 수치가 3ng/㎖ 이상이면 전립선암을 의심하고 조직검사를 한다. 손환철 서울의대 보라매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이 수치가 3~10ng/㎖인 사람이 실제 전립선암 환자로 밝혀지는 확률은 20~25%, 10ng/㎖ 초과는 40%를 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낮다고 할 순 없지만 만족할만한 수준도 아닌 것이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혈액검사에서 전립선암이 의심된 사람 중 3분의 2는 실제 암이 발생하지 않고, 반대로 전립선암에 걸린 사람의 20%는 정상 수치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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