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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 센스’는 고양이의 핏줄에서부터 생태, 인간과의 관계에 대해 깊이 있게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는 영국의 동물학자이자 자신이 고양이 ‘집사’(한국에서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들인 사람들을 일컫는 인터넷 용어)이기도 하다.
한국에도 독자층이 두꺼운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엔 과학도 출신인 베르나르가 면밀히 관찰한 고양이와 개의 명백한 차이점이 나온다. ‘나는 개다. 저 사람이 나에게 밥을 준다. 고로 저 사람은 나의 주인이다. 나는 고양이다. 저 사람이 나에게 밥을 준다. 고로 나는 저 사람의 주인이다’는 것이다.
저자는 “고양이는 아직 가축화가 진행 중인 동물”이라고 말한다. 고양이는 애초에 혼자 살아가는 육식동물로 관계 맺기에 능숙하지 못한 편이다. 고양이들이 ‘개보다 까다롭다’거나 ‘음흉하고 교활하다’는 오해 아닌 오해를 받는 이유다. 하지만 생후 5∼8주에 인간의 애정과 손길을 충분히 받고 다른 고양이와 지낸 경험이 있다면 그 뒤로도 다른 고양이나 인간과도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그 증거 중 하나는 꼬리에 있다. 집고양이들은 서로 마주쳤을 때 보통 둘 중 한 마리가 먼저 자기 꼬리를 수직으로 세운다. 다른 쪽이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역시 꼬리를 수직으로 세운다. 이런 행동은 야생고양이에게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고양이가 야옹거리는 소리도 주인의 관심을 사려는 일종의 애정 표현이다. 고양이는 원래 자기들끼리 있을 때는 거의 소리를 내지 않는다. 하지만 야옹거리는 소리를 듣고 주인이 화답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조금씩 더 말이 많아지면서 다른 고양이나 주인은 이해할 수 없는 그들만의 ‘언어’를 만들어가게 된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인터넷에 떠도는 고양이에 관한 여러 속설을 판별할 만한 근거를 알려준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고양이의 청각에 대해 저자는 “고양이는 음치”라고 말한다. 아주 작은 소리도 들을 수 있고 그 위치를 파악하는 데는 탁월하지만 음의 높낮이는 구분할 수 없다. ‘고양이를 부를 때는 목소리 톤을 높여야 한다’ ‘고양이 이름을 지을 때는 된소리가 좋다’ 같은 속설들은 근거가 희박하다는 얘기다. 아무리 이름을 불러도 꿈쩍도 하지 않는 고양이 때문에 상처 받았던 주인들에게는 위로가 될 만하다.
캣 센스 / 존 브래드쇼 지음 / 한유선 옮김 / 글항아리 펴냄 / 1만 8천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