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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세자, 실제로 애완견 키웠을까?
  • 김진성 기자
  • 등록 2015-10-04 11:26:21
  • 수정 2015-10-04 11: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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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도'(감독 이준익)의 흥행몰이가 이어지면서 영화 속 등장하는 사도세자의 애완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영화상 설정은 청나라 사신들이 조선 왕실에 선물한 개를 사도세자(思悼世子·1735~1762)가 키운다. 천민으로 추락한 사도를 모두 외면할 때 오직 그 개만 변함없이 주인의 곁을 지킨다.

배우 유아인과 연기 호흡을 맞춘 개는 아프간하운드 종 암컷으로 올해 여섯살인 '몽이'. 몽이는 영화 속에서 뒤주에 갇힌 주인 곁을 서성이고 안절부절 못하며 '컹컹' 짖어댄다.

아프간하운드는 도그쇼에 단골로 출전하는 귀족견이다. 사람을 봐도 그다지 신경쓰는 타입이 아니며 위엄이 있고 초연하다. 평소 게을러서 누워 있기 일쑤지만 긴 털을 휘날리며 걷는 모습은 상당히 매혹적이어서 개 중의 왕으로 불리운다.

아프간하운드는 기원전 4000년경 중동지역인 시나이 반도에서 발견된 것으로 전해진다. 고대 이집트 왕실에서는 수렵견으로 사육했고, 아라비아사막을 거쳐 아프가니스탄으로 가 산악견으로 활동했다.

초기에는 아프가니스탄의 바구지 왕실에서 사육됐지만 유목민에 의해 가젤이나 표범 등의 수렵견으로도 활용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제1차 세계대전 후 유럽이나 미국에서 동양적이고 신비한 개로 인기를 누리게 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견종으로 노아의 방주에 태워졌던 개가 이 견종이란 얘기도 있다.

다만 이 아프간하운드가 영화처럼 청나라를 거쳐 조선에 유입됐다는 기록은 없다.

영화상 설정이다보니 반려견 중에서 왕실의 품위에 맞게 우아하면서도 한편으로 이국적인 이미지를 주기 위해 아프간하운드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사도세자가 개를 길렀다는 기록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지만 궁궐 내에 개가 있었음은 '승정원일기' 등의 자료에서 확인된다.

또 국립고궁박물관에는 사도세자가 그렸다는 말이 전해지는 '개 그림'도 한 점 있다.

2013년 출간된 '한국학, 그림을 그리다'(고연희 김동준 정민 외·태학사)에 따르면 사도세자의 '개 그림'에 나오는 큰 개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이 있다.

균형 잡힌 몸매와 쭉 뻗은 다리, 몸을 덮은 복슬복슬한 털, 얼굴과 몸통의 얼룩, 긴 주둥이, 긴 꼬리, 한눈에도 토종이 아닌 수입종 사냥개처럼 보인다.

전문가들은 사냥개로 유명한 라이카종 계통이나 보로조이종의 선조로 보인다고 말한다.

당시 조선에는 어떤 개들이 돌아다녔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진돗개, 삽살개, 발발이 등 흔히 알려진 토종의 소형견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그렇다면 조선 왕실의 개이자 사도세자의 개는 과연 어떤 종일까.

승정원일기를 보면, 궁궐에서는 내의원에서 백구와 흑구를 키웠다(승정원일기, 1748년11월11일, 1750년10월13일). 백구의 젖은 안질에 좋고 똥은 낙상하여 어혈한 것을 푸는 데 잘 듣는다고 한다.

또 흑구의 똥은 사분산(四糞散, 나중에는 萬金散으로 불렸다)이라는 약의 재료로 사용되었다. 백구는 늘상 키웠지만 흑구는 필요에 따라 수시로 길렀다.

영조도 내의원에서 기르는 백구를 보았다고 했고, 개 짖는 소리 때문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궁궐에서 약용이 아닌 애완 등의 목적으로 개를 길렀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선조의 아들이자 광해군의 이복 형인 임해군이 개, 닭, 앵무새, 오리 등을 키우는 것을 즐겼다고 하지만, 궁궐 안에서 키운 것인지 궁 밖에서 키운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또 숙종이 애완용 고양이를 길렀다는 사실이 이하곤의 '서궁묘사(書宮猫事)'나 홍세태의 시 '김손가(金孫歌)' 등 여러 곳에서 확인되어 관심을 끈다.

숙종은 고양이를 매우 좋아해서 김손(金孫)이라고 이름을 붙인 고양이를 십수 년 키웠는데, 숙종이 죽자 김손이 음식을 끊고 따라 죽었다고 한다.

원래 숙종은 궁궐 후원에서 굶어 죽게 된 고양이를 발견해 키웠는데 그것이 김손의 어미라고 한다. 김손의 어미는 김덕(金德)이라고 불렸는데, 숙종은 죽을 뻔한 김덕을 살려주었을 뿐만 아니라, 나중에 김덕이 죽자 장례를 치르게 하고 손수 고양이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글인 '매사묘(埋死猫)'까지 지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렇듯 임금이 고양이를 키운 것으로 보아 세자가 애완견을 기르는 것도 충분히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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