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과 관련된 법적 분쟁이 증가하고 그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월 경기도 화성에 사는 황모씨가 기르던 진돗개가 담장을 넘어 옆집 애완견 시추의 배와 엉덩이를 물었다. 시추는 치료를 받다 보름 후 죽었다. 옆집 부부는 애완견을 잃은 충격으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게 되자 황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황씨는 "옆집 개가 발정이 나 우리 개가 충동적으로 담을 넘었다. 나는 잘못이 없다"고 맞섰지만, 수원지법은 황씨에게 110만원을 물어내라고 판결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작년 기준으로 국내 다섯 가구 중 한 가구(21.8%)가 애완동물을 기르고 있다. 3년 전(17.9%)에 비해 70만~80만 가구가 늘었다. 이에 따라 애완동물 때문에 벌어지는 법적 다툼이 늘어나고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권모씨는 2014년 9월 차를 몰고 서울 구로구의 한 아파트 단지를 지나다 뛰어드는 요크셔테리어를 치었다. 개 주인은 9년 키운 애완견의 장례식을 치른 뒤 권씨의 차량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내 1심에서 이겼다. 보험사가 "개 목줄이 풀려 발생한 사고"라고 항소하면서 재판은 1년 넘게 이어졌다. 작년 12월 2심은 "보험사는 600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대구지검 포항지청은 작년 1월 한 애견 호텔 주인이 낸 고소 사건을 "민사 소송으로 해결하라"며 각하(却下) 결정했다. 주인이 여행을 가면서 개를 애견 호텔에 맡겼는데, 돌아와 보니 애완견은 '원치 않는 임신'을 했고 병까지 앓고 있었다. 주인은 "호텔 사용료를 못 내겠다"고 버텼고 업체 측은 그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법원 관계자는 "서울 타워팰리스 주민이 '체중 30㎏이 넘는 이웃집 골든 레트리버를 볼 때마다 심장이 떨린다'며 사육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적도 있다"고 했다.
간혹 애완견 때문에 전과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김모씨는 작년 1월 애완견 비숑을 애견 미용실에 맡겼다. 몇 시간 뒤 그는 "(애완견) 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미용사를 겁주고 때려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 도봉구에 사는 윤모씨는 작년 5월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한 주민이 자신의 애완견을 괴롭히는 것을 보고 그의 멱살을 잡고 얼굴을 때렸다. 화가 덜 풀린 그는 주변에 놓인 의자로 주민의 승용차 문과 범퍼를 부쉈다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전남 여수에 사는 한모씨는 작년 8월 담을 넘어가 평소 자신을 보고 자주 짖던 이웃집 개를 각목으로 내려쳤다. 애완견 눈 주위에 각목 파편이 박혀 있는 것을 본 주인의 신고로 한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 관계자는 "애완견을 때리면 재물 손괴 혐의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잔혹한 방법으로 피해를 입힐 경우 동물 학대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