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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인지와 데카르트 변호하기』
  • 박서현 기자
  • 등록 2016-05-17 08:04:55
  • 수정 2016-05-17 08: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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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도 인간처럼 느끼고 생각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의문이다.

『동물인지와 데카르트 변호하기』는 이러한 단순 호기심을 넘어, 동물의 사고·감정·감각·언어에 관해 철학적으로 고찰한다. 동물 인지에 관한 연구 성과들을 총망라하고 그중에서도 특히 데카르트의 동물론을 정교하게 재구성했다.

앵무새는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것처럼 보이지만, 언어학자들은 “조류에게 언어 능력이 없다”고 본다.

또 돌고래 등의 포유류, 특히 침팬지 등의 영장류는 자신과 상대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있다고 흔히 알려졌는데, 책은 이것도 매우 제한적이라고 말한다.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명확하게 규정하기 위해 책은 고차 사유에 기초한 의식, 문장 표상에 기초한 언어 능력과 재귀 능력, 명제 태도 마음 읽기에 기초한 마음 이론 등을 두루 살핀다.

서울대에서 데카르트를 연구하고 대진대 역사·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 일하는 지은이는 철학자로서 이런 도도한 믿음에 의문을 제기한다. 동물의 행동을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 치부하는 행동주의 대신 동물의 믿음, 바람, 욕망, 의도 같은 심리 상태로 설명해야 한다는 인지주의를 지지한다. 인지주의자들은 동물에게 감정·호기심·주의·기억·상상·이성·언어·자의식·미감·도덕감 등 마음의 거의 모든 능력이 있다고 여긴다.

이들은 “인간과 고등 동물의 마음의 차이는 매우 크지만 틀림없이 종류가 아니라 정도의 차이”라는 찰스 다윈의 지적을 새긴다. 다윈은 생체 해부를 당하면서 주인의 손을 핥으며 공포를 표현하는 개를 예로 들면서 동물 학대의 비윤리성을 지적했다.

하지만, 프랑스 철학자이자 과학자인 르네 데카르트(1596~1650)는 의식·언어소통·자의식은 인간에게만 허용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동물과 인간의 인지 차이는 정도가 아닌 종류의 차이라고 못 박는다. 심지어 동물이 고통을 느낄 수 없는 기계라고 주장하며 수없이 많은 개를 산 채로 해부했다(당시는 마취제가 없었다).

개를 때리면 ‘깨갱’ 하지만 이것이 아픔을 느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무의식 속에서도 이런 행동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데카르트는 이 때문에 실험 과학자들의 양심의 가책을 덜어줬다. 반면 이 때문에 데카르트는 현대 채식주의자들에겐 용서할 수 없는 적이 되고 있다. 현대 인지주의 동물학자들은 그의 주장을 논박하고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것을 연구의 주요 목표로 삼을 정도다.

반대로 데카르트의 주장을 증명해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더욱 강화할 수도 있다. 지은이는 양측 주장을 논리적으로 검증한다.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동물은 인간뿐”이라는 지은이가 데카르트를 화두로 잡고 논리적으로 용맹 정진하는 모습이 펼쳐진다.

▲김성환 지음, 지식노마드, 380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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