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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식의 능력을 상실한 늙은 동물의 생존에는 어떤 진화적 비밀이 있는지 캐나다 원로 동물학자 앤 이니스 대그가 찾아 나섰다. 저자는 늙은 동물이 오랜 세월을 살며 쌓은 풍부한 경험 덕에 무리의 생존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가령 가뭄이 닥치면 늙은 코끼리 가모장은 40년 전에 갔던 수원지로 무리를 이끌어 모래를 퍼내 물을 찾는 방법을 보여준다. 늙은 범고래는 휴식을 취할 장소나 연어가 다니는 길로 무리를 안내할 뿐 아니라 사냥 전략이나 이웃 고래 집단의 방언 등 평생 얻은 지식을 전수한다.
늙은 향고래 암컷은 다른 암컷의 새끼를 보호하고 젖까지 먹인다, 늙은 랑구르 원숭이 암컷은 어느 나무에 열매가 달리는지 어디에 물이 있는지 어느 밭의 경계가 삼엄한지 가장 잘 알기에 무리에서 존경받는다.
지은이 앤 이니스 대그는 늙은 동물이 풍부한 경험으로 무리의 생존에 이바지하며 살아가는 사례들을 보여준다.
그는 탄자니아 곰베에서 침팬지와 생활한 제인 구달, 르완다에서 18년 동안 고릴라와 함께 지낸 다이앤 포시, 침팬지와 보노보를 연구한 프란스 더발, 개코원숭이를 관찰한 로버트 사폴스키와 바버라 스머츠 등의 연구를 통해 동물들의 성공적인 노년을 보여준다.
수명이 긴 사회적 종에겐 “경험이 많으며 과거에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기억하는” 늙은 동물이 꼭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번역가 노승영씨는 “현대사회에서 노인의 경험과 지혜가 무용지물처럼 보이는 것은 노인의 참여가 철저히 차단되었기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동물의 노년에 대한 연구가 없는 상태에서 저자가 들려주는 얘기가 대표성을 띨 수는 인간보다 슬기롭게 노년을 헤쳐 나가는 동물들의 모습은 감동적이다.
앤 이니스 대그 지음, 노승영 옮김/시대의창·1만6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