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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인기 과학 유튜브 채널 ‘생각 좀 해봅시다'의 운영자인 브뤼스 베나므랑이 쓴 과학에 관한 대중 개론서다. 장르를 분류하자면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 같은 입담으로 난해한 과학을 풀어가는 대중서이다.
이 책은 침대의 사례처럼 상관관계와 인과관계 등 우리가 착각하기 쉬운 논리적 오류부터 물질, 빛, 전자기학, 뉴턴의 고전역학, 태양계, 특수 상대성 이론과 일반 상대성 이론까지 20세기 중후반까지의 과학 상식을 재치있게 짚는다. 비행기는 착륙 10분 전에 왜 불을 끌까? 승객들의 눈을 미리 어둠에 적응시켜, 사고가 났을 때 좀 더 잘 탈출하게 하기 위해서다. 우리가 뇌를 10%만 사용한다는 얘기는 틀렸다. 우리는 순간적으로 뇌 일부를 사용하지만 길게 보면 뇌 전체를 사용한다. 뇌가 소비하는 에너지는 순간적으로 우리 몸의 뉴런의 1~15%를 활성화시키는데, 만약 모든 뉴런이 활성화되면 뇌는 열을 받아 익어버릴지도 모른다.
이 책의 장점은 과학의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쉽다. 미국 드라마 <빅뱅이론>의 젊은 박사들이 모여 수다를 떠는 듯한 ‘구어체'의 장점은, 우리를 개념의 미로에 빠지지 않게 하면서 일상의 과학에 발을 딛게 해준다. 과거 학교에서 배운 과학 원리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 분절된 지식의 씨줄과 날줄이 꿰어지는 느낌이 든다.
이렇게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야말로 과학기술주의의 함정에서 우리를 보호해준다. 지은이가 책 초반부에서 전제해 둔 말이 있다. 과학은 끊임없는 단순화를 거치면서 만들어진 일종의 ‘모형'이라는 것, 따라서 이 이론을 ‘실재'와 혼동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모형은 특별한 조건이 부여된 일정한 틀 안에서 실재 세계를 반영할 뿐이다. 많이 알수록 과학은 겸손해질 것이다.
브뤼스 베나므랑 지음 / 김성희 옮김 /까치 / 428쪽 /2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