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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발전 경제학자인 저자는 이 같은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국가의 발전은 개인의 권리가 자유롭게 행사될 때 일어난다고 강조한다. 또 발전에 독재 권력은 필요 없을 뿐더러 독재는 개인의 권리를 침해함으로써 오히려 발전을 가로막는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독재자와 전문가가 선호하는 국가 발전 전략인 '권위주의적 발전'의 허실을 파헤친다. 리콴유와 중국 덩샤오핑, 한국 박정희 등 사례를 들어 '고도성장=독재자의 능력'으로 여기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저자는 장기적으론 '개인의 권리가 자유롭게 행사되는' 민주주의 국가의 성장이 독재 국가보다 월등하다고 말한다.
20세기 중반 이후 한국 등 아시아권에서 독재정권이 영위된 것은 식민지적 특권을 누렸던 미국, 영국의 정부·전문가들의 영향 탓이란 분석도 더한다.
성장의 기적은 보통 가난한 나라에서 일어나고 가난한 나라는 대부분 독재자가 통치하기 때문에 고도성장을 독재자의 공으로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고도성장을 달성했다고 평가받는 독재자의 집권 기간과 연간 성장률 자료를 종합해보면, 호황기는 보통 독재자의 임기 전에 시작됐다가 임기 종료 후에 끝난다. 즉, 호황은 독재자의 능력과 별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는 1994년 미국의 국제정치학술지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를 통해 유명한 '아시아적 가치' 논쟁을 벌인다. 권위주의 지도자-쉬운 말로 독재자-인 리콴유는 "서구적 의미의 민주주의는 (유교 문화권인) 동아시아에 부적합하다"고 설파했다. 그러자 한국 민주화 투쟁의 '상징'인 DJ는 "아시아 민주주의의 최대 장애는 문화적 전통이 아닌 권위주의적 지도자의 저항"이라고 반박한다.
윌리엄 이스털리 지음/ 김홍식 옮김/ 열린책들/ 592쪽/ 2만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