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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패스(THE PATH)세상을 바라보는 혁신적 생각
  • 박서현 기자
  • 등록 2016-12-25 15:05:54
  • 수정 2016-12-25 15: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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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동양철학에 대한 인식은 이중적이다. 낙후된 전통이라고 폄훼 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영원한 지혜로 떠받들기도 한다. 두 시각이 교차하는 가운데 벌어지는 세계사의 왜곡을 눈치채기가 쉽지 않다. 이 책의 저자인 하버드대 중국사 교수 마이클 푸엣은 “흥미로운 왜곡”이라고 했다.

마테오 리치를 비롯한 예수회 선교사들이 16세기 중국에 가서 기독교 전파만 한 것이 아니다. 동양문화를 서양에 역으로 알리는 역할도 했다. 지식인이 과거시험을 통해 관료가 되어 정치를 이끌고, 농민이나 귀족 모두에게 법률이 적용되는 중국의 제도는 당시 유럽에서 듣도 보도 못한 ‘선진 문물’이었다. 18세기 유럽을 휩쓴 계몽주의의 철학적·문화적 연원은 동양으로 소급된다. 아담 스미스가 중국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라고 평가한 것은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동양의 앞선 문물을 흡수한 서양이 새롭게 국가를 세우고, 법체계를 확립하며, 강력한 군대까지 창설한 후 19세기에 들어서는 오히려 동양을 식민지로 만들어버렸다. 영토만 침략한 것이 아니라 역사마저 왜곡했다. 동양은 본래 정체되고 낙후한 곳으로 간주하는 서양 근대의 이데올로기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21세기 들어 중국의 부상과 함께 동양철학도 새롭게 재조명된다. 저자는 세계사 속에서 중국의 위상을 재정립하려고 한다. 그런 흐름에 서서 동양철학에 대한 왜곡과 오해도 바로 잡으려고 한다. 이 책은 『논어』 『맹자』 『도덕경』 『장자』 등에 나타난 동양사상의 핵심을 21세기 서양인을 대상으로 하여 이야기 하듯 해설하고 있다.

'어떻게 좋은 삶을 살 것인가'는 인류에게 주어진 영원한 숙제다. 하버드대 교수인 저자는 그동안 서양에서 왜곡돼 온 동양철학에서 그 답을 찾아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패스(path)는 ‘길’이다. 길은 도(道)다. 저자는 동양철학의 지향점을 ‘좋은 삶’ 으로 설명한다. 원서의 부제는 ‘좋은 삶으로 가는 영원한 코드 풀기’(Unlocking the timeless code to a good life).

서양인들은 추상적이고 이성적인 사유에 익숙하다. 이에 대해 저자는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길을 제시한다.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일상의 현실을 헤쳐나가며 행복을 가꿔나가기 위해선 감정의 조절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마음의 수련을 통해 감정 조절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했다. 공자 철학의 키워드인 인(仁)을 타인에게 제대로 반응하는 능력이자 선한 감정이라고 풀이했다. 타인에게 제대로 반응하는 것은 상황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고 하면서, 삶의 복잡성을 이해하는 것이 동양적 사유의 출발임을 확인시키고 있다. 이미 삶의 대부분이 서양화된 오늘의 한국인에게도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 줄 것 같다.

함께 읽을만한 책으로 황태연 동국대 교수가 쓴 『패치워크문명의 이론』을 추천한다. 황 교수가 『공자와 세계』(전5권), 『감정과 공감의 해석학』(전2권·이상 청계출판사) 등에서 앞서 선보인 자신의 문명이론을 정식화했다. 공자 철학이 서양사에 미친 영향을 집대성해 보여준다.

 

마이클 푸엣, 크리스틴 그로스 로 지음/ 이창신 옮김/ 김영사/ 304쪽/ 1만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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