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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미시령 고갯길에서 세상의 끝 피니스테레까지 여행 중에 틈틈이 기록해온 삶과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책 속에는 스비아토슬라프 리흐테르, 레너드 코헨, 메르세데스 소사, 김민기 등 저자와 평생을 함께해온 ‘내 인생의 노래’ 스물여덟 곡과 그에 얽힌 일화들이 담겨 있다. 그는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무심코 스쳐 지나칠 법한 풍경 속에서 인생의 어느 순간과 맞닿아 있는 노래와 이야기를 떠올린다.
저자는 어린 시절 들었던 핑크 플로이드의 노래 속 음울한 담벼락이 늘어선 거리를 상상하며 런던으로 향하지만, 히스로 공항에 도착해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을 보며 메리 홉킨의 〈런던 거리〉를 추억한다. 칠레 가수 빅토르 하라의 목소리에서 안데스 문화권을 이루고 사는 사람들의 자유를 향한 소망을 헤아려보고, 카탈루냐 가수 파코 이바녜스의 곡을 연주하는 바르셀로나 거리의 악사를 보며 면면히 전해 내려온 음유시인의 역사를 되새긴다.
이렇듯 누구에게나 음악으로 인해 빛나는 삶의 순간이 한 번쯤은 있다. 어떤 장소를 떠올리면 동시에 그때 들었던 음악이 귓가에 머물고, 뺨을 스치는 바람의 감촉과 공기의 무게마저 가늠할 수 있을 것 같은 마법 같은 순간들. <나는 걸었고, 음악이 남았네>는 그렇게 문득 음악이 우리에게로 와 삶을 가득 채우는 충만한 시간을 고스란히 기록했다.
황우창 지음/ 오픈하우스/ 204쪽/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