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남자찾아 산티아고
  • 편집부
  • 등록 2017-01-01 15:17:55
  • 수정 2017-01-01 15:18:27
기사수정

   
 
“행복이라는 말에 강박을 느낄 필요 없어. 행복을 찾다가 인생 끝날 일 있어? 그냥 가슴 속에서 느껴지는 순간순간의 기쁨에 집중해. 그리고 그때 네가 가슴 떨림을 느낀다면 너에겐 신의 심장이 있다는 거야. 그 신의 심장을 뛰게 해봐. 그걸 놓치지 않는 삶이 진짜 삶이야.”

이 길의 가장 큰 매력은 마음껏 이기적일 수 있다는 거였다. 순례길에서는 800km만큼의 시간동안, 머리 아픈 현실을 내려놓고, 사랑인지 미움인지도 모를 인간관계도 내려놓고, 그저 단순한 삶을 살면서, 오롯이 자기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다. 아무 근심걱정 없이 보내던 여름방학처럼, 매일을 나만 생각하며 지내기만 해도 되는 것이다.

30대 후반에 들어선 방송작가 정효정은 산티아고를 다녀온 지인으로부터 ‘그곳에 괜찮은 남자가 많다’는 말만 듣고 무작정 스페인으로 떠난다. 평소에 1km가 넘으면 무조건 택시를 탄다는 그녀는 헐렁한 원피스에 배낭 하나 메고 800km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다. 마음에 드는 남자만 생기면 언제든 이 길을 떠나 손잡고 바르셀로나로 갈 거라고 큰소리쳤지만, 과연 그녀는 운명의 남자를 찾을 수 있을 것인가? <남자 찾아 산티아고>는 순례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사랑과 연애, 결혼에 관한 이야기와 저자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 첫날부터 그녀는 남자 대신 개에게 이끌림을 받고, 남자가 아니라 물집이 순례길의 동반자가 된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바늘과 실을 든 기사들이 나타난다. 반은 장난으로, 반은 호기심으로 떠난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그녀는 생각지 않게 많은 사람들의 보살핌을 받게 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치밀하게 계산기를 두드려보고 결혼을 하게 된 독신주의자였던 쥬디, 결혼을 앞두고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온 지저스를 닮은 다니엘, 미혼모로 혼자서 딸을 키우면서도 불행하지 않다는 아이린, 어린 두 아들 때문에 이혼을 망설이고 있는 카일, 남자 친구로부터 청혼을 받고, 그의 11살 된 아들을 지금처럼 사랑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릴리, 남자에게 차여서 홧김에 걷고 있는 헬레나, 순례자들에게 봉사하는 데이비드를 만나 순례를 멈추고 정착하게 된 수지, 상대가 길을 헤매지 않도록 자신이 미리 길을 잃은 것 같다고 말해준 미첼, 인생의 고민을 새와 미로에 비유해 명쾌하게 짚어준 도널드, 그녀를 만나러 기차 타고 산티아고까지 달려와 준 라이언… 그들 모두는 그녀에게 길 위의 멘토들이었다.

아이린은 ‘어차피 삶은 누구에게도 같을 수 없으니 다른 사람들 말에 신경 쓰지 마라.’ 했고, 피터는 ‘신은 사랑이지만, 사랑은 신이 아니다.’라고 했다. 헨리에타는 ‘지금처럼 바뀐 세상에 과거의 잣대를 들이댈 수 없다.’ 도널드는 ‘어떤 선택인가는 인생에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변치 않는 자신이다.’라고 조언한다.

정효정 지음/ 푸른향기/ 272쪽/ 1만5,000원

0
마이펫뉴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