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대략난감. 꼰대 아버지와 지구 한 바퀴
  • 편집부
  • 등록 2017-01-16 10:23:31
  • 수정 2017-01-16 10:24:03
기사수정

   
 
32년간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갓 제대한 아들에게 세계 일주를 떠나자고 제안한 아버지. 지구 상에서 가장 어색한, '꼰대'라고만 생각했던 아버지와 세계 여행을 결심한 아들. 이 생각만으로도 어색한 조합은 200일간 40개국 104개 도시를 돌며 '대략 난감'한 지구 한 바퀴 여행을 성공으로 이끈다.

부자가 함께 세계 일주를 떠나 사진을 찍고, 글을 써내려간 뒤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스토리펀딩을 통해 출간자금을 모아 펴낸 책 '대략난감. 꼰대 아버지와 지구 한 바퀴'에 담긴 스토리다. 최근 엄마와 아들, 엄마와 딸이 함께한 세계 일주 이야기는 많이 출간됐지만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쓴 여행기는 거의 없었다.

대한민국의 아버지라는 자리의 특성 때문이 아니었을까. 나라별로 아버지와 아들은 각자 '아버지편' '아들편'으로 나누어 자신의 속내를 써내려간다. 세계의 화려한 명소만큼이나 진한 감동을 자아내는 두 사람의 글 속에는 그동안 데면데면해 제대로 얘기하지 못했던 마음속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매사에 보수적이고 한번 마음을 먹으면 절대 생각을 바꾸지 않던 고집스러운 아버지. 고등학교 졸업 이후 아버지와 제대로 된 대화를 거의 한 번도 나눠 본 적 없는 아들. 아버지가 공짜 세계 일주라는, 매력적인 제안을 했을 때도 고민을 해야 했던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이 여행을 결심했던 이유는 바로 친한 후배 아버지의 부고였다.

멀쩡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세계 여행을 꿈꾸는 아버지의 꿈을 이룰 기회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 아들은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한다. 평생 다른 사람 눈치만 보며 살아왔다고, '아들, 너는 절대 남의 눈치 보지 말고 즐기며 살라'는 속내를 말하는 아버지 앞에서 아들은 울컥한다. 두 사람은 여행에서 서로를 처음으로 인간으로 이해하기 시작한다.

아들은 패션의 도시 파리에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등산복으로 맞춰 입은 '아재 스타일' 아버지의 옷을 싹 바꾼다. 두 사람은 아프리카에서 둘만의 송년회를 열고, 터키의 파묵칼레 온천에 가서 20년 전 목욕탕을 회상한다. 여행지 소개뿐인 여행책과 달리 여행을 하며 점차 성장하는, 두 남자의 성장기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정재인·정준일 지음/ 북레시피/ 275쪽/ 1만5,000원.

0
마이펫뉴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