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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것이 다가 아니죠. 중세시대에는 유다를 어떻게 전략적으로 이용했는지, 또한 계몽주의 시대에는 어떻게 유다의 오명을 벗겨주고 있는지, 그리고 오늘날에는 유다를 어떻게 조명해야 하는지 등, 여러 시대적인 문헌과 예술작품들을 망라하면서 그 층위의 다양성을 아우르며 남다른 해석의 깊이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마가복음 기록에 의하면, 예수를 넘겨주는 대가로 돈을 요구한 건 유다가 아니었다. 오히려 적선하듯 돈을 주겠다고 먼저 제안한 건 대제사장들이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유다가 배신한 이유 가운데 돈은 중요한 요소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68쪽)
대부분 유다가 예수를 판 것, 예수를 배신한 것이 은 30냥 때문이라고 이야기를 하죠. 돈 때문에, 자기 탐욕 때문에, 스승을 판 파렴치한 인간이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사복음서와 바울이 쓴 편지들을 꼼꼼히 분석한 이 책에 따르면, 결코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알게 해 줍니다.
큰 틀은 그것입니다. 초기 기독교공동체에 두 개의 파벌이 있었는데, 그 하나가 유대교에서 분리해 나온 파, 또 다른 하나는 유대교와는 완전히 다른 이방세계를 대변하는 파, 그 둘 사이의 입장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유다'를 그 중심에 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곧 마태와 누가와 요한이 쓴 복음서, 그리고 바울과 마가가 쓴 복음서에 등장하는 '유다'에 대한 상이한 관점들이라는 것이죠. 그래서 마태와 누가와 요한은 '유다'를 아예 아웃사이더 취급하고 있다고 설명을 합니다.
더욱 흥미 있는 것은 그것입니다. 바울과 마가는 유다가 돈 때문에 예수를 판 게 아님을 강조하는데 반해, 마태는 어떤 대가를 바라고 한 것이고 누가는 사탄이 들어갔기 때문에 그런 것이고, 요한은 아예 대놓고 '악마다'고 할 정도로 비판해 대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 중에서도 마태는 '유다'가 유다지파의 중심에 있는 대제사장들과 결탁해 예수를 판 것이라고 해석을 가합니다.
물론 이 책은 성경의 사복음서나 바울서신에만 드러난 '유다'의 모습을 읽어내진 않습니다. 3세기 그리스어에서 콥트어로 번역돼 파피루스에 적힌 그 짤막한 '유다복음서', 다시 말해 "예수가 유월절을 축하하기 3일 전, 일주일 동안 가롯 유다와 함께 나눈 계시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라고 밝힌 내용을 재조명함으로써 '유다'의 다른 면모를 읽어주죠.
피터 스탠퍼드 저/ 차백만 역/ 미래의창/ 1만 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