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예정된 악인, 유다
  • 편집부
  • 등록 2017-01-16 10:27:42
  • 수정 2017-01-16 10:28:28
기사수정

   
 
가롯 유다를 바라보는 시각은 너무나도 다양합니다. 그런데 정통적인 세 가지 틀이 있죠. 예수 곧 스승을 판 배신자, 사단의 지배를 받은 허약한 인간상, 그러나 최후 자결을 선택함으로 스스로 오명을 벗고자 했던 사람, 말입니다.그 유다에 대해 너무나도 심도 깊게 연구한, 정말로 값진 책이 나왔습니다. 피터 스탠퍼드의 <예정된 악인, 유다>라는 책이 그것이죠. 이 책은 성경의 사대복음서와 바울서신은 물론이고 유다복음서와 그 밖의 초기 여러 사본들까지도 집중적으로 분석하면서, 유다의 여러 모습들을 밝혀주고 있습니다.

물론 그것이 다가 아니죠. 중세시대에는 유다를 어떻게 전략적으로 이용했는지, 또한 계몽주의 시대에는 어떻게 유다의 오명을 벗겨주고 있는지, 그리고 오늘날에는 유다를 어떻게 조명해야 하는지 등, 여러 시대적인 문헌과 예술작품들을 망라하면서 그 층위의 다양성을 아우르며 남다른 해석의 깊이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마가복음 기록에 의하면, 예수를 넘겨주는 대가로 돈을 요구한 건 유다가 아니었다. 오히려 적선하듯 돈을 주겠다고 먼저 제안한 건 대제사장들이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유다가 배신한 이유 가운데 돈은 중요한 요소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68쪽)

대부분 유다가 예수를 판 것, 예수를 배신한 것이 은 30냥 때문이라고 이야기를 하죠. 돈 때문에, 자기 탐욕 때문에, 스승을 판 파렴치한 인간이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사복음서와 바울이 쓴 편지들을 꼼꼼히 분석한 이 책에 따르면, 결코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알게 해 줍니다.

큰 틀은 그것입니다. 초기 기독교공동체에 두 개의 파벌이 있었는데, 그 하나가 유대교에서 분리해 나온 파, 또 다른 하나는 유대교와는 완전히 다른 이방세계를 대변하는 파, 그 둘 사이의 입장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유다'를 그 중심에 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곧 마태와 누가와 요한이 쓴 복음서, 그리고 바울과 마가가 쓴 복음서에 등장하는 '유다'에 대한 상이한 관점들이라는 것이죠. 그래서 마태와 누가와 요한은 '유다'를 아예 아웃사이더 취급하고 있다고 설명을 합니다.

더욱 흥미 있는 것은 그것입니다. 바울과 마가는 유다가 돈 때문에 예수를 판 게 아님을 강조하는데 반해, 마태는 어떤 대가를 바라고 한 것이고 누가는 사탄이 들어갔기 때문에 그런 것이고, 요한은 아예 대놓고 '악마다'고 할 정도로 비판해 대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 중에서도 마태는 '유다'가 유다지파의 중심에 있는 대제사장들과 결탁해 예수를 판 것이라고 해석을 가합니다.

물론 이 책은 성경의 사복음서나 바울서신에만 드러난 '유다'의 모습을 읽어내진 않습니다. 3세기 그리스어에서 콥트어로 번역돼 파피루스에 적힌 그 짤막한 '유다복음서', 다시 말해 "예수가 유월절을 축하하기 3일 전, 일주일 동안 가롯 유다와 함께 나눈 계시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라고 밝힌 내용을 재조명함으로써 '유다'의 다른 면모를 읽어주죠.

피터 스탠퍼드 저/ 차백만 역/ 미래의창/ 1만 8,000원
 

0
마이펫뉴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