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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드는 고통에 관하여
  • 박서현 기자
  • 등록 2017-01-31 11:27:31
  • 수정 2017-01-31 11:2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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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4시간씩 쪽잠만 자고 이 악물고 일을 했습니다.”

‘잠 못 드는 고통에 관하여’에 나오는 글이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물들에게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역경의 인생사다. 잠을 이겨내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마치 성공의 방정식처럼 받아들여진다. 야근을 넘어 밤샘 근무하는 것이 미덕처럼 여겨지는 것이 현실이다. ‘잠’은 부차적인 존재 혹은 극복해야 할 대상쯤으로 치부된다. 그 탓에 많은 사람들이 잠을 자지 못해 고통 받고 있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불면의 사회’ 모습이다.

작가이자 비디오 아티스트인 저자 RM 본은 40년간 불면증을 앓으며 고통 받은 ‘불면의 기록’을 심도 있게 풀어낸다. 만성적인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의 피폐한 삶이 묻어 있어 책장을 덮을 때쯤이면 독자 스스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불면증 앞에서는 이불 속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 잠이 사라져가는 시대를 다각도로 고찰한다.

불면의 대가는 컸다. 밤이 오는 것이 두려웠고, 침대에서 뒤척거리는 시간이 공포로 다가왔다. 약물 중독과 하지불안증후군이라는 동반자가 생겼다. 잠에 대한 간절함은 시간이 갈수록 커졌다.

저자뿐 아니다. 불면을 호소하는 이들이 너무 많다. 문제는 “불면이 대수냐. 그 시간에 일을 더 해라”라고 몰아치는 사회 분위기다. ‘사회적 유능함은 수면 시간에 반비례한다’는 신화가 국경을 초월해 어느 사회에서든 뿌리내리고 있다.

저자는 몸이 버티지 못하듯 사회 역시 휴식 없이는 지속될 수 없다고 경고한다. 단기적인 수익을 위해 잠을 포기하고 ‘효율성’을 짜내지만 장기적으로는 손해를 보는 구조다. 지쳐버린 육체와 몽롱한 정신으로는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잠이 보약입니다’라는 오래된 광고 카피를 새삼 떠올리게 만드는 책이다.

‘잠 못 드는 고통에 관하여’(루아크)는 그런 신간 중 하나였다. 작가이자 비디오 아티스트인 저자 RM 본은 40년간 불면증을 앓으며 고통 받은 ‘불면의 기록’을 심도 있게 풀어낸다. 만성적인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의 피폐한 삶이 묻어 있어 책장을 덮을 때쯤이면 독자 스스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불면증 앞에서는 이불 속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 잠이 사라져가는 시대를 다각도로 고찰한다.

RM 본 지음/ 강경이 옮김/ 루아크/ 192쪽/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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