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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술꾼
  • 이소영 기자
  • 등록 2017-02-03 09:24:10
  • 수정 2017-02-03 09:2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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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는 와인에는 별 관심도 없는 블루칼라의 구세주였다.
아무튼 다들 알다시피 와인을 마셨던 로마인과 잘 어울리지 않았던 점으로 미뤄봐도 예수는 와인파였을 리 없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술꾼 중 한 사람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꼽은 것으로도 모자라, 물을 포도주로 바꿨다는 성경 속 일화에 대해선 “포도주가 아니라 맥주였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게다가, 턱수염과 샌들을 근거로 예수를 맥주파라고 단언한다.

어딘지 불경한 듯도 한데, 맞장구를 치고 싶을 만큼 그럴 듯도 하다. 학구적인 태도로 음주에 임하고, 재치있는 발상으로 주류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동해 온 두 술 동무가 30여 년 갈고 닦은 술에 관한 지식을 전부 공개했다.

책은 맥주, 와인, 위스키부터 럼, 보드카, 진, 테킬라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주류의 세계를 탐험하며, 술에 얽힌 사회적 역사의 민낯을 들여다보다가, 종국에는 “중추신경계의 제동 장치가 말을 안 듣고, 뇌 활동이 위축되고, 동작이 생각대로 안 따라주며, 열쇠·돈·휴대전화 같은 소지품을 잃어버리기 십상”인 음주 문화를 한 차원 끌어올린다. 저자들의 색다른 접근 방식으로 ‘의식 있는’ 주당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른 저녁 느긋하게 기울인 술 한 잔처럼 기분이 좋아진다.

벤 맥팔랜드, 톰 샌드햄 저/ 정미나 역/ 시그마북스/ 224쪽/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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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펫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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