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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의 문화사>는 유럽을 중심으로 결혼 풍속도의 시대별 변화 과정을 살핀다. 중세나 근대기 결혼은 오늘날 '사랑의 언약'과는 한참 동떨어져 있다. 왕족들은 정치적 이유로 정략결혼을 맺고, 귀족과 시민계급도 경제적·사회적 지위를 유지하는 수단으로 결혼 제도를 활용한다.
불과 한 세기 전까지도 신문에 종종 실린 구혼광고는, 문구가 솔직하다 못해 노골적이다. '31세 재단사가 예비 동업자가 될 만한 부유한 배우자를 구합니다.' 배우자를 구하는 건지 동업자를 원하는 건지 헷갈릴 정도다. 저자는 배우자를 구하는 조건, 결혼 생활의 현실, 별거와 이혼 등 결혼의 단계별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결혼 제도는 시대의 요구와 기대를 반영하며 끊임없이 진화해왔다. 최근 동성 결혼 허용이 확대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같은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면 오늘날 역사책 속에서나 '결혼'이란 두 글자를 만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알렉산드라 블레이어 지음/ 한윤진 옮김/ 재승출판/ 304쪽/ 1만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