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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가 하나님 나라를 이야기한 것은 곧 하나님의 정치와 하나님의 정의를 이야기한 것이다. …… 하나님의 정치란 가장 탁월한 정치이다. 하나님의 정의란 가장 합당한 정의다. 예수는 신학의 이름으로 정치철학 또는 국가론을 이야기하고 있다. 예수의 메시지를 논문 형태로 발표한다면 그것은 <정치신학논고>가 될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저자인 김명석 교수는 물리학을 공부했으며, 언어철학과 심리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물리학, 수학, 철학을 공부한 저자가 어려서부터 집중해 온 또 다른 공부가 ‘예수 공부’였다. 신학자가 아니라 철학자의 눈과 입으로 예수를 보고, 예수를 말하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독특한 특징이다.
저자가 생각하는 예수의 생각과 사상은 무엇일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진보를 이룩했던” 예수의 사상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예수는 물질주의자는 아니었지만 아주 빨간 사상을 가졌다. 예수는 가장 평등하고, 가장 평화롭고, 가장 자유로운 국가의 이념을 이야기했다. 그는 마음의 힘을 믿으면서 여전히 빨갱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 주었다. 어쩌면 예수야말로 진정한 빨갱이의 길을 보여 준 것인지 모른다.” - 본문 중에서
저자는 예수가 자신이 이 땅에 온 이유를 ‘낮은 사람들을 위한 기쁜 소식(복음)’을 전해주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부분(마태복음 11장 5절)에 주목한다. 이는 예수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저자는 4대 공관 복음서 문헌 분석을 통해 낮은 사람을 위한 기쁜 소식이 ‘하나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의미한다는 점을 밝혀내면서 하나님 나라의 의미가 무엇인지 면밀하게 설명한다.
예수가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기쁜 소식은 하나님 나라의 기쁜 소식이고, 이는 ‘하나님의 다스림에 관한 기쁜 소식’인데, 하나님의 다스림은 ‘탁월한 정치’와 ‘합당한 정의’를 의미하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예수의 정치철학이자 국가론이라는 주장이다. 이 책에서는 예수가 전한 기쁜 소식은 가난하고 억눌린 낮은 사람들, 낮은 계급들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가난하고, 억눌리고, 핍박받는 ‘낮은 사람’들이 기뻐할 하나님의 탁월한 정치와 합당한 정의는 어디 있나? 지금 이 세상에 그런 것이 있나? 이 책은 ‘이미 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저자는 예수의 기쁜 소식이 ‘뉘우치고 믿으면 천당 간다’는 말도, ‘믿지 않으면 지옥 간다’는 협박도 아니며, 기독교 신앙의 본질이 예수가 다시 오는 것(재림)을 고대하는 것도 아니라고 주장한다.
‘보잘것없는 식민지 팔레스타인의 촌뜨기 청년’인 예수는 자신이 이 땅에 옴으로써, 모세의 율법과 예언자의 시대는 끝이 났으며, 사랑과 해방의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다고 선언한다. ‘하나님을 믿는 자들은 종교 의식에 참가해야 했으며, 관례와 규칙을 지키고 미래에 나타날 날들을 기다려야 했고, 복종과 헌신과 의무를 먼저 요구하던’ 율법과 예언자의 시대가 가고 새로운 기쁜 소식(복음)의 새 시대가 열린 것이다.
기독교계 일각에서는 자본주의, 특히 초국적 대형 자본들이 세계경제를 좌지우지 하면서 국가 간, 기업 간, 노동자 간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현대판 21세기 노예 계급인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있는 점에 대해 비판적인 언급을 하고 있다. 당대의 죄인, 사회 구조적 약자 편에 서서 싸운 예수, 그리고 이것이 하나님의 나라라고 말한 예수의 싸움은 아직도 진행 중인 셈이다.
김명석 지음/ 레디앙/ 200쪽/ 1만 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