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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주의 문화비평가인 테리 이글턴은 서구에서 종교가 쇠퇴하기 시작한 시점을 계몽주의가 강타한 18세기로 보면서 "근대의 역사는 다른 무엇보다 신의 대리자를 찾는 일에 집중했다"고 말한다.
전지전능한 존재인 신을 통해 인류의 이성과 감성을 지배했던 종교가 힘을 잃으면서 종교가 수행했던 기능은 정치, 과학, 문화의 영역으로 분산돼 넘어갔다. 정치는 세상을 바꾸는 일을 물려받았고, 과학은 교리적인 부분을 인수했으며, 문화는 정신적 깊이를 추구하는 임무를 맡았다.
그러나 저자는 어떠한 분야도 종교를 대체하는 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문화만 해도 이론과 실제, 엘리트와 민중, 영혼과 감각을 통합하는 종교의 능력을 따라잡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그는 많은 근대 철학자가 종교에 대해 "어쩌다 보니 나는 믿지 않게 되었지만 정치적 방편으로 당신은 믿어야 해"라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고 꼬집는다.
테리 이글턴 지음/ 조은경 옮김/ 알마/ 288쪽/ 1만9.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