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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내겐 ‘지금’이어야 할 이유가 분명 있었다. 아직 이십 대였고 군 생활 3년간 모아둔 돈이 꽤 있었으며 가장 중요한 직장이 없었다. 겨우겨우 직장에 들어가고 나면 결코 그만둘 용기가 생길 것 같지는 않았기에 ‘무직’이라는 불안 정한 신분은 오히려 부담을 덜어주는 쪽으로 작용했다. 집안의 반대를 무릅써 퇴사를 하고 집을 팔아 여행을 떠났다는 사람들에 비하면 나는 출발점이 훨씬 더 앞서 있던 셈이다. 그렇게 ‘떠날 수 있는’ 조건은 ‘떠나야 할’ 당위로 바뀌어 갔고 이따금 들리는 ‘사상 최악의 청년 실업률’이라는 무시무시한 뉴스 속에서 도 대책 없는 용기는 점점 더 자라났다. 떠나야 했다. 떠나지 말아야 할 이유가 더 많아지기 전에.”
- 프롤로그 중에서
이문환 저/ 공동체/ 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