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약품 판매'를 두고 수의사들과 약사들이 전면전에 들어갔다.
약사들은 지방자치단체에 신고만 하면 약국에서 동물 약품을 판매할 수 있다. 애완동물 키우는 인구가 늘면서, 동물 약품을 취급하는 약국이 전국 4000여곳이나 된다. 개인이 약국에서 영양제나 백신을 구입해 주사를 놓는 경우도 많다.
동물단체와 수의사들은 지난해부터 "개·고양이 치료할 때도 전문지식이 필요하다"며 애완동물 자가(自家) 진료 금지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를 받아들여 개와 고양이 등에 대한 자가 진료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수의사법을 개정했다. 이 법은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하지만 개인이 애완동물을 데리고 모두 동물 병원으로 가면, 약사들의 동물 약품 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약사들은 수의사법 개정 추진 초기부터 크게 반발했다. 대한약사회와 대한동물약국협회는 법안 개정이 추진 중이던 지난해 9월부터 "수의사들이 동물에 대한 진료권을 독점하려 한다"는 내용의 광고까지 냈다. 김성진 동물약국협회장은 "예방접종 같은 간단한 진료까지 금지할 경우, 동물 병원에 갈 돈이 없는 사람은 동물 치료를 못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완동물을 위해서라도 개인이 자유롭게 약국에서 동물 약품을 구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다.
농식품부는 지난달 25일 최종 개정안을 발표하며 '사회 상규상 인정되는 자가 진료 사례집'을 첨부했다. 사례집에는 '건강한 동물에 대한 예방 목적의 투약은 가능하다'는 항목이 포함됐다. 약사들의 요구를 일부 반영한 것이다.
대한수의사회는 대표단을 꾸려 지난달 29일 농식품부를 항의 방문했다. "한국처럼 백신 주사제를 마구 유통하는 나라는 없다. 오남용 가능성이 있는 주사는 전문가가 놔야한다"는 것이다.
수의사들은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수의사 자격증을 반납하겠다고 할 만큼 강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