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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나의 시민들
  • 이소영 기자
  • 등록 2017-07-23 18:53:02
  • 수정 2017-07-23 18:5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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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나에서 바야흐로 당신의 미의 기호가 달라지고 있다." 백민석이 사진에세이 '아바나의 시민들'(작가정신)을 냈다. 재작년 가을과 겨울, 쿠바 구석구석을 돌며 찍은 사진들에 2인칭으로 쓴 단상을 덧붙였다. 아바나 시내를 다섯 구역으로 나누긴 했지만 사진들의 순서는 뒤섞였다. 작가는 '비선형 글쓰기'라고 했다.

길거리 공연을 보고 달러를 꺼내지만 놓을 곳은 없다. "물질로 환원되는 대가는 그가 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아바나에는 사회주의와 자유주의가 공존하며 밤낮이 다르다. 쿠바혁명의 상징인 반제국주의 광장에서 헤비메탈 페스티벌이 열리고 고딕 패션이 등장한다. 할리우드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는 없지만 주택가 어디에나 불법 복제한 DVD를 파는 가게가 있다.

"무엇보다 그들 자신이 아바나에서 가장 볼만한 피사체인데. 사진은 휘발될 운명의 추억에 물성을 부여해, 한정된 형태로나마 현실에 붙잡아두는 역할을 한다. 당신은 그러니까 그들을 당신의 남은 생애만큼 당신 곁에 붙잡아두고 싶었던 것이다. 어떤, 궁극적인, 아름다움의 표상으로."

소설가 백민석(46)에게는 거리의 사람들이 쿠바 최고의 관광자원이다. 아바나 시내에선 누가 주도하는 것도 아닌데 춤과 음악이 쉴 새 없이 이어진다. 춤에 환장한 사람들처럼 보인다. 결혼식을 마친 신혼부부가 웨딩카를 타고 시내를 한 바퀴 돌면 행인들은 환호로 축복한다. 흑과 백이 섞인 초콜릿색 피부도 매력으로 다가온다.

10년 동안의 '은둔'을 접고 2013년 소설가로 돌아온 그가 '앞으로도 열심히 쓰겠다'고 선언하는 듯하다. 작가는 이번 책을 쓰면서 "충만한 감정"과 "무언가 내 안에서 생산된 느낌"을 받았다며 "소설가로뿐만 아니라, 여행 에세이 작가로도 오래 활동하고 싶다"고 적었다.

백민석 지음/ 작가정신/ 340쪽/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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