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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와 정치
  • 편집부
  • 등록 2013-06-27 08:16:17
  • 수정 2013-07-15 14:4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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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마 언론인

장면1. 6월15일 프로야구 잠실 LG-넥센전. 0-0이던 5회말 2사 만루. LG 박용택이 때린 강습타구를 넥센 3루수 김민성이 몸을 날리며 잡아 2루로 송구했으나 박근영 2루심은 세이프를 선언했다. 느린 화면으로 확인한 문제의 장면에서 넥센 2루수 서건창이 공을 받았을 때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던 1루주자 오지환의 손은 베이스에 한참 못 미쳐 있었다.(경향일보)

장면2. 6월14일 검찰은 원세훈 전 원장에게 공직선거법(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금지) 위반 및 국정원법(정치관여 금지) 위반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종북세력'의 범위를 임의로 지나치게 넓게 잡아 강력 대응을 지시했고 이에 직원들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국정원의 직무 범위를 넘는 '정치·대선 개입' 게시글과 댓글 작성 등 불법 행위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연합뉴스)

6월 중순 한국 사회는 두 가지 `심판` 논쟁에 휩싸였다. 먼저 국민 스포츠가 된 프로야구. 스포츠가 다 그렇지만 특히 야구는 흐름의 경기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1위를 질주하던 넥센은 심판의 `오심`이후 기세가 완전히 꺾였다. 0-0이던 경기는 오심 이후 순식간에 0-8이 됐다. 한경기로 끝나지 않았다. 이후 8연패를 당한 넥센은 1위자리를 내줘야 했다.

국가정보원은 정치에 엄정한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점에서 역할의 중요성이 `심판` 못지않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박빙의 지지율속에 치열한 공방을 벌이던 12월12일. 민주당은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국가정보원 직원 김모씨를 고소했다. 대선 사흘전 경찰은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선 후보들에 대한 지지·비방 댓글 발견되지 않았다"는게 골자였다. 대선은 민주당의 패배로 끝났다.

해법은 서로 달랐다. 16일 잠실 LG-넥센전을 앞둔 3루쪽 넥센 더그아웃. 염경엽 넥센 감독 앞으로 한국야구위원회(KBO) 조종규 심판위원장이 찾아왔다. 조 위원장은 염 감독에게 “죄송합니다”를 두 차례 반복했다. 오히려 염 감독은 해당 심판과의 통화에서 “판정은 판정이고, 항의를 하고 나서 우리 투수를 다독여주지 못한 게 후회스러웠다”고 했다.

`국정원 사건`은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흘러갔다. 야권은 추가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에서 촉발된 대학가의 시국선언은 시민사회는 물론 종교계에까지 확산됐다. 새누리당은 국면전환을 시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며 역공을 취했다. 결국 국정원은 24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을 전격 공개했다. 정국은 `시계 제로`의 예측 불가 상태로 빠져들었다.

프로야구와 정치. 공통적으로 국민들의 지대한 관심사다. 프로야구는 감동을 주지만 정치는 국민을 답답하게 한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중국의 금융 불안, 일본의 아베노믹스. 한국을 둘러싼 주변 환경은 예측불허의 파노라마가 펼쳐지고 있다. 미래에 대한 준비나 현실에 대한 대응을 위해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이다. 그런데 우리는 바야흐로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

게임은 내일도, 모레도 있다. 잘못이 있으면 사과하고 되풀이 되지 않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한번 잘못한 판정을 놓고 `끝까지 가겠다`고만 한다면, 관중들은 더 이상 경기장을 찾지 않을 것이다.

 

김노마는요...

매일 수많은 일이 벌어지고 뉴스는 쏟아집니다. 복잡다기한 일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판단해야 할까요. 김노마의 세상만사에서는 한걸음 떨어져서 세상을 바라보고 건전한 상식의 입장에서 우리 주변의 난제를 풀어냅니다. 필자는 현직 언론인으로서 경제부문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필명 `노마`는 유목민을 뜻하는 nomad와 인유역사상 가장 장수한 국가시스템인 `로마제국`에서 따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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