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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의 경우 승객 60~75%가 비빔밥을 택한다고 한다. 3만5천 피트(10.5㎞) 상공, 시속 900㎞/h에서 받는 밥상은 노트북 크기 트레이에 담겨 나온다.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고 비벼 한 숟갈 먹어본다. 출국 수속과 대기에 지쳐 배가 고플 대로 고픈데도 이상하게 맛이 없다. 습도와 기압이 낮은 고도 10㎞에서 단맛과 짠맛에 대한 민감도는 70% 수준이라고 한다. 감기에 걸렸을 때와 같은 입맛이니 기내식은 절대 맛있을 수가 없다. 맛을 느끼게 도와주는 후각은 둔하고, 85~90㏈ 수준의 기내소음도 밥맛을 떨어트린다. 비빔밥이 아닌 메뉴는 대부분 소고기나 닭고기다. 돼지고기를 금하는 이슬람 승객들을 배려한 경우다.
스마트폰은 먹통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올 4월부터 A350 기종에 와이파이와 휴대전화 로밍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비행기 전자시스템을 교란할지도 모르니 휴대기기의 전원을 끄거나 비행모드로 바꾸라고 하는 안내에 익숙하다. 전파 신호를 받지 못하니 비로소 세상과 단절된 시간이다. 영화를 볼 수도 책을 읽을 수도 음악을 들을 수도 있다. 저자는 이 시간만큼은 일과 가정, 의무와 근심에서 해방돼도 좋다고 말한다. 생텍쥐페리의 소설 '야간비행'에서 비행기는 성찰의 도구 또는 명상의 성소다. 시트 리클라인(등받이 각도)은 최대 10도 정도지만 뒷사람 때문에 마음대로 드러누울 수도 없는 곳이다. 일상을 정리하고 상념에 잠기기에 제격이다.
명상의 시간은 길지 않다. 규칙적인 엔진 소음과 진동이 잠을 부르기 때문이다. 장거리 비행에서는 수면도 계획적이어야 한다. 호주`뉴질랜드와 같이 시간대가 비슷한 곳이라면 상관없지만, 밤낮이 바뀌는 곳에서는 시차증후군(jet lag)을 겪는다. 잠은 24시간에 맞춘 생체리듬을 제어하는데 필수적이다. 저자는 비행기를 타자마자, 혹은 며칠 전부터 여행지 시간에 몸을 맞출 것을 추천한다. 도착지 시간이 새벽이라면 기내에서 숙면을, 저녁이라면 기내에서 간단한 활동을 권한다. 난기류, 혹은 2차 식사시간까지는 푹 쉬어도 좋다.
박돈규 지음/ 북오션 펴냄/ 200쪽/ 1만2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