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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의 역사
  • 박서현 기자
  • 등록 2017-09-07 11:05:14
  • 수정 2017-09-07 11: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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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란 단순히 물건을 사고 대가를 지불하는 행위일까. 관점에 따라 욕망을 좇는 물질주의 산물로, 혹은 반대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일까.

설혜심 연세대 사학과 교수가 쓴 신간 ‘소비의 역사’는 소비하는 인간의 다채로운 행적을 파고든다. 책은 ‘굿즈’(Goods·욕망하다), ‘세일즈’(Sales·유혹하다), ‘컨슈머’(Consumer·소비하다), ‘마켓’(Market·확장하다), ‘보이콧’(Boycott·거부하다) 등 소비를 구성하는 5가지 요소에 따라 이야기를 풀어간다. 책은 소비를 통해 역사가 주목하지 않았던 인간의 내밀한 행위와 동기, 그것이 불러온 사회적 효과를 살핀다.

1824년 프랑스에서는 기성복 개념의 옷이 상점에서 판매되기 시작했다. 폭넓은 고객층을 상대로 옷을 만들고 판매하는 시스템이 구축된 것이다. 기성복 매장은 곧 프랑스 곳곳에 분점을 내고 백화점에도 입점하게 된다. 기성복은 기존에 양복을 맞춰 입었던 계층과 중고의류에 만족해야 했던 계층 모두를 고객으로 확보했다. 특히 기성복을 통해 처음으로 옷을 구매하게 된 사람들은 ‘소비의 즐거움’을 맛보기 시작했다. 하급 노동자를 비롯해 사회 전반의 집단들이 ‘대량으로 복제된 명품’ 세계에 발을 내딛게 된 것이다.

흑인에 대한 인종주의는 전통적인 편견에서 시작됐다. 문명은 빛과 어둠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토대로 구축되어 왔고, 어둠보다 빛을 중시하는 사회에서는 검은색을 띤 것들을 차별하고 배제했다. 19세기 아프리카 남부지역에는 서구에서 생산된 비누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당시 선교사의 가르침에 따라 열심히 얼굴을 씻던 한 학생은 “선생님은 백인이고 우리는 아직도 흑인이잖아요”라고 불평한 기록이 있다. 이 학생은 아침마다 얼굴을 깨끗이 씻으면 백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후 위생과 미용 관련 제품들은 백색신화를 상품화하기 시작했다.

책은 단순 역사가 아닌 수집 논쟁, 병적 도벽, 성형 소비 등 소비행위의 맥락을 짚음으로써 소비가 가진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저자는 “과거를 다루는 책이지만 오늘날 직면한 문제들과 결코 동떨어져 있지 않다”며 “역사가 우리의 삶에 얼마나 깊이 스며 있는지를 느끼길 바란다”고 말한다.

설혜심 지음/ 휴머니스트/ 496쪽/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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