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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가 된 독자
  • 박서현 기자
  • 등록 2017-09-18 10:46:48
  • 수정 2017-09-18 10:4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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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미디어가 발달한 시대에도 살아남아 존재하는 ‘책 읽는 사람’은 과연 누구인가.

번역, 편집, 저술 등 다양한 일을 하지만 스스로의 정체성을 ‘독서가’라 칭하는 알베르토 망구엘이 이 같은 의문을 파헤친다. 책은 독서와 독자에 대한 개념이 어떻게 탄생하고 변화해 왔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서양문학의 원류인 성서에서부터 중세 교부철학, 셰익스피어의 <햄릿>,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 등 다양한 작품을 읽어내려간다.

저자는 서양 문학에서 표현된 독자를 여행자, 은둔자, 책벌레라는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독서를 ‘텍스트를 독파하는 여행’이라고 표현한 성 아우구스티누스처럼 어떤 면에서 책 읽기는 세상에 대한 간접경험이다. 여행자의 시선으로 책을 접하는 이는 비록 책상 앞에 앉아 있지만 어느 순간 지구를 여행하는 순례자의 마음가짐을 갖게 되기도 한다.

독서가의 책에 대한 과도한 집중은 부정적 이미지를 낳기도 했다. “질질 끌고, 경솔한 인물로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로 표현되는 햄릿은 우유부단한 책상물림의 전형으로 ‘은둔자’의 대표적 인물이다. 독자는 때때로 그저 좀벌레가 책을 먹어 치우듯 닥치는 대로 책을 읽어 버리는 ‘책벌레’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인간은 “단어를 섭취하고, 단어로 이루어져 있으며, 단어가 존재의 수단”인 어쩔 수 없이 “독서하는 피조물”이다. 책은 세상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독자’는 언제나 세상에 존재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작가 장강명은 책을 “‘진지한 독자’라는 멸종 위기종의 일원으로서, 위로받는 기분으로 읽었다”고 말했다.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양병찬 옮김/ 행성B/ 192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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