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국가공인 반려동물 자격증’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반려동물 시장이 성장하면서 덩달아 이와 관련된 자격증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 민간으로 구성된 협회나 단체가 발급하고 있어 공신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업계 및 자격기본법 등에 따르면 국내에 존재하는 자격증은 크게 국가자격과 민간자격 등 2가지로 나뉜다. 국가자격은 국가기술자격증 등 정부가 별도의 법령으로 관리하는 자격증을 뜻한다. 민간자격증은 국가 기관이 아닌 민간이 발행하는 자격증을 의미한다.
민간자격증의 경우 누구나 신고·등록한 후 관련 주무부처의 심사만 거치면 발급할 수 있다. 공신력과는 거리가 먼 셈이다. 다만 민간자격증 중 평가 절차를 거쳐 우수한 평가를 받은 자격증에 한해 국가가 공인해준다. 이들 자격증을 일컬어 ‘국가공인 민간자격증’이라 부른다.
그러나 아직까지 반려동물 관련 자격증 중에는 ‘국가공인 자격증’은 물론, ‘국가공인 민간자격증’조차 없다. 수십개가 넘는 관련 자격증 모두 민간단체에서 발급한 것들 뿐 이다. 이에 공신력이 없는 자격증을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우후죽순 반려 자격증, 발급기관만 28개…‘자격증 장사’ 비판 무성
민간자격증 관리 기관인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민간정보서비스에 따르면 현재 민간등록 자격증 개수(8월 말 기준)는 총 2만7259개에 달한다. 이 중 ‘동물’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민간자격증 개수는 136개에 달한다. ‘반려동물 관리사’라는 이름의 민간자격증을 발급해주는 기관·단체는 28곳이나 됐다.
이들 단체 가운데 일부는 반려동물과 관련성이 부족해 보인다는 지적을 받는 곳이 여럿 존재한다. 단체 이름부터 반려동물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창의인성개발원, 한국수공예협회, 한국원격교육진흥원, 한국전문지도사협회, 한국전통힐링문화협회, 한국노인복지사협회 등이 대표적이다.
반려동물 자격증이 넘쳐나고 있지만 정작 취득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그동안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다. 상당수의 단체가 자신들이 발급하는 자격증 취득 시 반려동물과 관련 다양한 업종에 취직할 수 있다고 광고하고 있지만 정작 현실은 다르기 때문이다.
권희은(26·여) 씨는 “‘반려동물 관리사’ 자격증을 따면 동물병원부터 애견센터, 동물원까지 다양한 직종에 취직할 수 있다는 광고를 보고 해당 자격증을 취득했다”며 “그런데 막상 취업하려하니 대부분의 업체들이 해당 자격증이 존재하는지 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평소에 강아지 등 반려동물을 좋아해 은퇴 후 관련 직업을 갖으려고 시도했던 최호철(62·남) 씨 역시 반려동물 관리사 자격증에 대해 ‘미심쩍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반려동물 자격증을 따기 위해 알아봤더니 발급해주는 곳이 너무 많았다”며 “공신력을 가진 곳인지도 모르는 마당에 자격증 하나를 따기 위해 필요한 비용조차 수십만원을 훌쩍 넘겨 ‘자격증 장사’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최 씨의 설명에 따르면 ‘반려동물 관리사’ 자격증을 발급해주는 한 민간단체는 자격증을 따기까지 필요한 비용으로 총 77만원을 제시했다. 교재비 58만원, 시험응시료 5만원, 훈련도구 및 직무교육비 14만원 등이었다. 자격증을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서울소재대학 반려동물 관련학과의 한 교수는 “반려동물 자격증 종류는 100종에 가까울 정도로 많지만 대부분 민간에서 발급해주다보니 공신력이 떨어진다”며 “학생들이 자격증에 대해 문의해 올 때마다 추천해줄만한 자격증이 없어 난감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관련업계 안팎에서는 반려동물 관련 자격증이 쏟아져 나오는 지금의 현실에 안타까움을 드러내는 목소리가 많다. ‘민간자격증’을 공신력 있는 국가자격인 양 속이거나 허위·과장 광고하는 경우도 더러 적발되기도 해 반려동물 업계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트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려동물 관련 분야 회사들과 점포들도 무분별한 자격증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특히 공신력 있는 자격증이 없는 만큼 자격증을 기준으로 지원자의 능력을 평가할 수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관련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반려동물 관련 자격증의 국가자격증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성장하는 반려동물 시장에 맞춰서 시장을 지탱할 능력 있는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국가가 관리하고 운영하는 공신력 있는 자격증이 필수라는 설명이다. 국가자격증 도입이 어려운 경우 차선책으로 일부 민간자격증을 국가공인 민간자격증으로 공인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정호원 한국반려동물관리협회 이사는 “솔직히 말하면 지금까지 정부는 반려동물 관련분야의 자격증에 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고 볼 수 있다”며 “최근 들어 정부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이른바 ‘동물간호사’라고 불리는 ‘동물간호복지사’로 현재 국회에 관련 법령이 계류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처럼 반려동물 업계에 만연해 있는 ‘자격증 장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신력이 보장되는 국가자격증이나 국가공인 민간자격증의 지정이 필수다”며 “공신력 있는 자격증이 도입된다면 우수한 인재도 다수 배출되기 때문에 반려동물 산업 성장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