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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임씨는 대필작가 체험을 풀어낸 장편 『아홉 번째 집 두 번째 대문』으로 상금 1억원의 중앙장편문학상을 받았다. 큰돈이었지만 무한정 힘이 되지는 못했다. 지금은 지방 소도시 국도변의 한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한다. 역시 생계 때문이다. 다행히 이번에도 ‘생계’에서 소설을 얻었다. 그가 7년 만에 세상에 내놓은 새 장편은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는 ‘나’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다. 그래서 작가의 실제 현실을 고스란히 옮겼겠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임씨의 스타일인 듯, 소설은 맺히거나 꼬인 데 없이 물 흐르듯 흐른다. 극적인 사건이나 반전 같은 건 없다. 편의점 관리 방법, 날씨와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상품 판매 패턴, 무엇보다 편의점을 찾는 다채로운 이용자들의 면면을 담담하게 전한다.
소설이 빅데이터로도 알기 어려운 어떤 이의 일상이나 내면을 손금 보듯 훤히 되살리는 거라면 임씨는 이번에도 성공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경험자가 아니라면 알기 어려울 것 같은 별것 아닌 편의점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읽힌다. 가령 편의점에서 물건 팔 때 서두르면 안 된다. 근무 교대 직전 시재 확인(실제 들어온 돈과 판매 기록상의 돈을 맞춰보는 일) 때 문제가 생기기 십상이다. 그래서 나는 상품의 바코드를 찍고 결제하는 일련의 판매 동작을 하나하나 의식하며 느릿하게 진행한다.
임영태 지음/ 마음서재 펴냄/ 208쪽/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