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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류, 인간생물학, 진화와 동물 행동학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저자 제임스 F 웰스는 세계 역사에서 탐욕과 부패 그리고 권력을 지향하는 한 축으로 인간의 '어리석음'을 꼽는다. 책은 이런 관점에서 고대 그리스부터 산업화, 그리고 현대까지 역사 속 인간의 어리석음을 하나하나 들춰낸다.
고대 그리스 문명에서는 '그리스적 사고의 어리석음'을 발견한다. 그리스 사상가들은 모든 것을 이상화하는 과정에서 순수를 위해 삶의 다양성을 희생시켰고 단순한 합리적 체계를 선호한 나머지 복잡한 인간적 상황을 무시하고 말았다고 지적한다.
이는 소위 '기술=진보'라는 20세기에서도 마찬가지. '기술은 진보'라는 등식에서 오만한 믿음으로 야기된 최악의 사건은 1912년 4월에 일어났던 '타이태닉호'의 침몰이다. 타이태닉호는 건조 단계에서부터 이미 침몰이 예정되어 있었다. 빙산에 부딪혀도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던 그 배는 1500명이라는 사망자를 내며 불필요한 비극을 초래했다. 물론 인간의 오만과 어리석음의 대가였다.
때로는 한 사람, 한 집단의 어리석음이 몰락의 길로 이끌기도 한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히틀러는 역사상 최악의 어리석은 실수를 저질렀다. 러시아를 침공했을 당시 스탈린그라드에서 철수 지시를 내리지 못한 것이다. 히틀러는 자신의 군사적 안목을 자신했고, 독일군의 역량을 과대평가하는 등 과대망상에 사로잡혀 어리석은 판단을 함으로써 몰락의 길을 자초한 것이다.
1986년 러시아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도 의도적인 안전수칙 위반, 서투른 관리 감독, 발전소 가동 규정 위반 같은 인간의 어리석음에서 시작됐다. 저자는 말한다. "일어날 확률은 낮아도 매우 심각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사건은 비극적 현실로 변모할 수 있다"고. 더불어" 현대 원자력 기술에 대한 우리의 오만함은 미래 가장 큰 위험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저자는 또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인간의 어리석음은 우주로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본다. 새롭고 강력한 컴퓨터를 등에 업고 인간성은 말살되고 있으며, 기술의 발전이라는 자부심은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인간의 반복되는 어리석음의 사례를 이렇게 지적한 뒤, 미래의 파국을 막기 위해선 어리석음에 대한 연구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과거와 달리 오늘날 어리석음에 대한 비용이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 보면, 인간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실감한다. 저자는 말한다. "진짜 어리석음은 역사의 잘못된 판단과 선택의 결과를 보고 있으면서, 그것으로부터 배우지 못하는 것이다"라고. 책은 과거의 잘못된 선택과 판단을 헤아려 현재의 올바른 선택의 길을 찾게 하고, 미래를 영원히 계속되게 이끈다.
제임스 F 웰스 지음/ 박수철 옮김/ 이야기가있는집 / 640쪽/ 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