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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이상한 질문을 던진 이는 일본의 ‘마음’ 전문가라고 불리는 임상심리학자이자 심리치료사 가와이 하야오다. 직업 특성상 다양한 이들의 고민을 들어왔던 그는 어느 날 사람들의 고민거리에서 ‘관계성의 상실’이라는 공통점을 찾아낸다. 과학기술의 합리적 사고로 무장한 현대인은 모든 것을 구분하고 체계화한다. 근대 의학은 인간을 몸과 마음, 자신과 타인을 명확히 구분하며 성립했다. 전체로서 존재하는 인간은 몸과 마음으로 구분 지어졌고, 저자는 이 과정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영혼을 잃었다고 생각한다. 영혼은 모든 관계성의 본질이기 때문에 영혼을 잃어버린 인간은 공허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미 이성의 세계에 푹 빠져버린 현대인에게 영혼을 설명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저자는 고양이를 끌어들인다. 영혼을 말하는 게 어렵다면 차라리 고양이를 얘기하자는 것인데, 고양이가 관계성을 상실한 현대인의 반려동물로 각광받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리 이상한 접근도 아니다.
책은 <수고양이 무어의 인생관>, <장화신은 고양이>, <100만 번 산 고양이> 등 동서양의 소설과 그림책, 만화에 이르기까지 문학작품에 나타난 고양이들을 통해 인간의 영혼이 갖고 있는 다양한 측면을 살펴본다. 주인의 모습으로 둔갑하는 고양이, 100만 번이나 죽었다 살아나는 고양이 등을 통해 자신의 마음속에는 어떤 고양이가 존재하는지 느껴볼 수 있다. 더불어 마음속 고양이가 비쳐주는 자신의 영혼도 짐작해 볼 수 있다.
가와이 하야오 지음·최용우 옮김 | 사계절 | 292쪽 |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