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그의 저서 '더 나은 세상'은 미래를 가치 있게 만드는 83가지 질문을 쏟아낸다. 동물의 권리에서 인간의 행복까지 시대가 풀어야 할 고민들이다. 40여 년간 여성과 빈자, 동물 등 약자를 위한 사회운동을 이끌어온 싱어 교수는 우리 삶 어디에나 있으면서도 깊이 있는 논의가 부족했던 문제들을 꺼내 열린 대화의 장을 만든다. '행복은 돈과 비례하는가'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허용되는가' '문화적 차이는 간섭할 수 없는가' 등 꾸준히 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는 사안의 찬반양론을 살펴본다.
저자는 동물 윤리뿐만 아니라 빈곤, 기아, 인종차별, 성차별, 환경오염 문제에 맞서는 투쟁으로 존경받고 있다. 하지만 낙태를 합법화하고 중증 장애를 가진 신생아의 안락사 지지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의식을 갖출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우리는 왜 자의식을 갖춘 여성을 보호하지 않고, 또 아직 자의식을 갖추지 못한 존재의 삶을 마감하도록 하는 행위가 잘못된 것인가"라며 낙태 찬성론에 손을 들어준다.
미국 소아과학회는 23주 이전에 태어나 몸무게 400g 미만인 아이는 생존 가능성이 없다고 밝힌다. 하지만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는 언제나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보편적인 주장을 외면하기 쉽지 않다.
싱어 교수는 "중증 장애 신생아를 살려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후 한 병원에서 중증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신생아 사례를 든다. 아이는 신경판 양 끝이 제대로 붙지 못해서 발생하는 척수장애인 '척추갈림증'의 가장 심각한 상태를 보인다.
저자는 "평생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느끼며 살아가야 할까. 아이에게는 죽음이 삶을 연장하는 것보다 더 인간적인 방법이 아닐까"라며 무게중심을 안락사에 둔다.
실제로 2005년 3월까지 네덜란드 흐로닝언대 의료센터에서는 7년 동안 22차례의 갓난아이 안락사가 있었다. 부모와 의료진, 환자와 관계없는 제삼자가 모두 동의할 경우 아이의 생명을 마감할 수 있다.
삶의 질에 가치를 두는 저자는 동물 복지에 물고기가 빠져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만약 물고기가 비명을 지른다면"이라는 질문을 통해 윤리적인 포획, 양식을 언급한다. '이제 우리 식탁에 오를 생선의 배를 가르기 전에 진통제를 주사해서 고통을 최소화해야 하나'라는 문장도 눈에 띈다.
피터 싱어 지음 / 박세연 옮김 / 예문아카이브/ 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