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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말로는 원래 은퇴하면 재산을 기부할 계획이었는데 기부를 재촉하던 어머니가 1994년 돌아가신 뒤 기부를 본격화했다고 한다. 이유야 어찌 됐던 게이츠의 기부는 미국 연방정부가 마이크로소프트(MS)를 상대로 반독점소송을 진행하던 1999~2000년에 집중됐고, 그 덕분에 아내와 함께 만든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은 400억달러(43조원) 이상의 기부금을 보유한 세계 최대 재단이 됐다. 이 재단의 보건예산은 세계보건기구를 능가하고, 매년 수십억 달러의 자금으로 보건, 환경, 교육 등 27개 프로젝트를 후원한다.
오늘날 깨어있는 양심적 기업가의 표상이자 전범으로 여겨지는 게이츠는 '박애 자본주의'의 선봉에 서 있다. 그는 질병, 빈곤 같은 전 지구적 문제 해결에 최대 장기인 금력을 적극 활용한다. 그의 영향력은 가진 돈만큼 막강하다. 게이츠는 그 많은 기부를 하고도 보유자산이 100조원 규모로 세계 1, 2위를 다툰다.
그렇다면 정말 그의 뜻대로 세상을 돈으로 바꿀 수 있을까.
신간 '자본의 새로운 선지자들'(펜타그램 펴냄)은 빌 게이츠와 함께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 셰릴 샌드버그,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 홀푸드 최고경영자 존 매키를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대표적인 슈퍼엘리트로 내세우며, 대중을 열광시키는 그들 이야기의 허실을 파헤친다.
이들 4명의 얘기는 일맥상통한다.
우선 시장과 기업에 무한한 신뢰를 보낸다. 전 지구적 문제의 해결도 결국 시장과 기업의 손에 달렸다고 믿는다. 사회 시스템의 문제라고는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 정부 간섭을 줄이고 시장을 확대하고 기업의 자유로운 경쟁을 보장할 경우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불평등이나 환경파괴 같은 부작용까지 경감될 것으로 본다.
아울러 사회구조적 문제들을 개인의 문제로 치환하고 개별적인 자아를 강조한다. 개개인의 행불행과 성공 여부는 전적으로 개인의 능력과 근면, 성실, 헌신이라는 자본주의 노동윤리의 실천 문제로 귀착된다.
니콜 애쇼프 지음/ 황성원 옮김/ 펜타그램/ 240쪽/ 1만5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