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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프랑스의 소장파 철학자 질 리포베츠키는 오늘날을 '가벼움의 시대'로 규정하며 이제 무거운 것의 논리보다는 가벼운 것의 논리가 더욱 가치 있게 여겨지는 때가 됐다고 말한다.
영화와 TV 시리즈물, 방송 프로그램은 무겁고 진지한 내용보다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데 더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뉴스도 마찬가지다. 비극에서 오락까지 이질적인 뉴스들이 빠르게 전해졌다 사라진다.
물건들은 점차 경량화, 소량화하고 있으며 디지털 혁명은 '가벼운' 기술의 발달을 가져오고 있다.
가벼움의 시대는 사물뿐 아니라 우리의 몸도 지배하고 있다. 덜 기름지고 가벼운 요리를 먹고 다이어트와 피트니스로 가벼운 몸을 추구한다. 스포츠 역시 전통적으로 수치화된 기록과 경쟁에 초점을 맞췄던 것에서 이제는 강렬한 자극과 아찔한 흥분을 주는 스포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에서도 이른바 '쿨(cool)의 문화'가 여러 분야에서 자리잡고 있다.
저자는 이어 '가벼움의 시대' 가장 큰 문제는 가벼움 그 자체가 아니라고 말한다.
"경박한 가벼움 그 자체는 위험하지 않다. 그것이 비대해져서 삶을 침범하여 성찰과 창조, 윤리적·정치적 책임감 등 삶의 다른 본질적인 차원들을 억누르는 것이 위험하다. 경박한 가벼움 그 자체는 비극적인 것이 아니다. 다만 지배적인 생활방식으로 자리 잡아 인간 생활을 '풍요'하게 만들어 주는 것을 파괴할 때는 비극이 된다."
리포베츠키 지음/ 이재형 옮김/ 문예출판사/ 388쪽/ 1만8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