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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전이암으로 사망하기 직전 각종 신문 지상에 발표한 자신의 글들을 직접 선별해 실었다.
모두 10편의 에세이가 실려 있는데, 각각의 글들은 진화의 의미, 의식의 본질 같은 심오한 주제들을 다뤘다. 찰스 다윈이나 윌리엄 제임스 같은 과학자부터 H G 웰스의 소설 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책과 연구 내용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들은 자칫 무거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과학적 이론을 소개한 뒤 이를 자신이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혹은 그의 자전적 경험으로 자연스레 녹여내는 색스의 특기는 여전하다.
그는 <엉클 텅스텐>을 집필하던 기억을 떠올린다. 색스는 해당 책에 나치의 런던 대공습 당시 폭탄이 떨어진 집 뒤뜰에서 양동이로 물을 날랐던 아버지의 모습을 적었다.
그러나 나중에 밝혀진 바로는, 그는 사실 이 현장에 없었다. 그렇다면 기억은 조작된 것일까? 저자는 프로이트가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기억력 저하 및 오류에 관심이 있었다는 것을 생각해낸다.
시간의 흐름이 연속적인지 불연속적인지를 고민할 때는, 인간의 의식을 영화에 비유한다. 그는 “영화의 기술적·개념적 장치인 줌인, 페이드아웃, 디졸브 등을 이용하면, 의식의 흐름과 전환을 매우 근사하게 모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외에도 색스는 ‘지렁이와 같은 하등동물에게도 인간과 같은 정신세계가 있을까?’ ‘인간의 창의력은 어떻게 발현되는 것인가?’를 고민하며 풍부한 지적 감상을 풀어놓는다.
올리버 색스 지음/ 양병찬 옮김/ 알마/ 252쪽/ 1만6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