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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포의 장사법
  • 박서현 기자
  • 등록 2018-05-09 08:40:18
  • 수정 2018-05-09 08:4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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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포의 저력은 무엇일까? 무엇이 그들을 전설로 만들었을까?

성공 비결! 첫 번째는 바로 기세다. 멀리 보는 장사꾼의 배포와 뚝심 말이다. 소위 평균 업력 50년 이상의 노포 식당의 창업주에게서 발견되는 공통의 면모다. 1939년 창업한 서울 하동관은 지금도 점심시간마다 직장인들이 줄을 선다. 하지만, 하루 단 500그릇만 팔고 문을 닫는다는 원칙을 어긴 적이 없다. 더 벌자면 더 팔면 되겠지만, 매일 소 한 마리 분을 받아 손질해 무쇠솥 두 개에 늘 똑같은 방식으로 푹 삶고, 다 팔면 오후 서너 시에도 문을 닫는다

두 번째는 일품이다. 여기에 소개된 노포에서는 최고만을 대접하는 집념과 인심을 배운다. 화교 출신으로 타국에서 60년 넘게 산둥식 만두를 빚어온 부산의 신발원은 오직 손맛으로 일가를 이룬 집념의 장사꾼이다. "67년째 손으로 빚는다. 그것은 자존심 같은 것"이라 말하는 이들에게서 경이로움마저 느껴진다.

세 번째는 지속이다. 무엇보다도 대를 이어 수십 년간 업을 지속해 온 위대함이다. 부산의 명물 수중(해물) 전골을 40년 넘게 해온 바다집 창업주도 오직 노동력으로 '1인분 8000원'이라는 싼 가격을 버텨왔다.

저자는 노포에서 공통점를 발견한다. 이른바 살아남은 집의 이유다. 물론 맛은 기본이다. 운도 따라야 한다. 그 외에 가장 중요한 건 '한결같음'이라고 말한다. 사소한 것 같은 재로 손질, 오직 전래의 기법대로 내는 일품의 맛, 거기에 단골들과 함께 만들어 온 기묘한 연대감 같은 것들이 감탄을 자아낸다. 노포의 창업주들은 급변하는 트렌드나 경기변동보다 자신들과 함께 늙어간 단골의 평가를 더 무서워한다. "오늘 맛이 다르네"라는 손님의 말 한마디에 수십 년 일한 주방장, 사장도 머리를 싸매고 고민한다. 그런 태도야말로 노포가 지속할 수 있는 근원적인 비결일지도 모른다.

여기에 또 하나를 보탠다. 직원들에 대해서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별나서 몇십 년씩 다니면서 고희와 팔순을 넘기는 직원이 흔하다.

거래처를 오래 유지하는 것도 노포의 공통된 비결이다. 따지지 않고 서로 믿고 거래한다. 40~50년 동안 한 거래처에서 고기를 받아 쓴다거나, 손해를 보면서도 특정 품목의 가격을 몇 년간 올리지 않고 납품하기도 한다.

노포의 비결은 기교와 손맛이 아니라 오랜 노동의 흔적, 사람에 대한 온정, 사업가적 통찰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음식에 대한 고귀한 철학까지. 먹는 장사를 하든, 사업을 하든 이들의 태도를 배운다면 우리는 이미 성공의 길에 반쯤 다가선 셈이다.

박찬일 지음/노중훈 사진/인플루엔셜/392쪽/1만 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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