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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격언인 ‘개와 늑대의 시간’은 빛과 어둠이 혼재돼 저 멀리서 다가오는 털북숭이가 나를 반기는 개인지, 나에게 달려드는 늑대인지 분간하기 힘든 저녁 무렵을 가리킨다. 멀리 고대 로마시대의 집정관 선거에서부터 가까이는 한국 대통령 선거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욕망이 충돌하며 하나의 합의를 이끌어 나갔던 다양한 역사에서 한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는데, 선거는 ‘개와 늑대들의 시간’과 흡사하다는 것이다
정치란 한 인간의 욕망이 공적인 영역에서 수많은 욕망들에게 평가를 받는 과정이다. 이러한 정치의 상징은 바로 선거라는 제도다.
그런데 위대한 지도자로 꼽히는 링컨의 의원 시절 별명은 후대가 만들어 낸 ‘정직한 에이브’가 아니라 멍청하다는 의미의 ‘찍돌이 링컨’이었다. 그와 반대로 힌덴부르크가 경계하며 지적했던 것처럼 히틀러는 지나칠 정도로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우리는 현대 민주주의 체제 아래에서 시민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인 선거를 맞아 어떤 인물을 선택할지를 놓고 장고하지만 선출된 이가 링컨인지 히틀러인지, 아니면 공과 과가 반반으로 갈리는 마거릿 대처인지에 대해서는 선거가 끝나고 나서야 너무 늦게 알게 된다.
<개와 늑대들의 정치학>은 이처럼 개와 늑대들의 시간에서 개를 선택하는 데 성공한 소수의 사례와 늑대를 선택해 실패한 다수의 역사들을 두루 아울러 살펴보면서 선거라는 제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한다. ‘선거의 계절’인 이 즈음, 꼭 읽어볼 만한 책이다.
함규진 저/ 추수밭/ 1만7,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