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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분노는 남성적인 것, 분노하지 않는 것은 약하고 여성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분노의 본질은 복수와 연관돼 있다. 분노라는 개념은 누군가, 혹은 무언가 중요한 존재가 심각한 부당행위를 당했다는 생각뿐만 아니라 그 부당행위를 저지른 사람이 어떤 식으로든 나쁜 결과를 겪어야 마땅하다는 생각이다.
그 중요한 하나는 ‘인과응보’라는 방식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분노와 보복의 성향은 인간의 심리 깊은 곳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인과응보를 통해 이미 손상된 것을 복구하거나 미래의 잘못을 억제해 정의를 세울 수 있다는 생각은 동서양 어디서나 나타나는 인간의 보편적 성향이다. 저자는 간디의 말을 빌려 “눈에는 눈을 고집하면 온 세상의 눈이 멀게 된다”며, 역사적으로 봐도 보복은 폭력을 부를 뿐 세상을 바로잡지 못했던 원시적 방식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분노를 가족 등의 ‘친밀한 사적 관계’와 일상과 직장에서의 ‘중간 영역’ ‘정치적 영역’ 등 세 영역에서 다룬다. 영역마다 분노의 대응방식도 다르다. 특히 정치적 영역에서 사법제도에 분노라는 감정이 개입돼서는 안 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범죄를 예방하거나, 범죄피해를 사후적으로 복구하는 데에 분노라는 감정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며, 분노 감정이 개입할 경우 사법제도가 가진 자들과 못 가진 자들 사이에서 불균형하게 작동하게 된다는 점을 우려한다.
그는 “공평한 정의를 이루기 위해 분노를 내려놓는 건 소심한 반응이 아니다”라며 분노의 해결은 “순전히 미래지향적인 문제, 사회적 제도가 그 나름의 방식으로 다루는 문제가 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마사 C 누스바움 지음/ 강동혁 옮김 / 뿌리와이파리/ 584쪽/ 2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