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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이기는 독서
  • 김진성 기자
  • 등록 2018-06-24 10:44:48
  • 수정 2018-06-24 10:4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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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앞두고서 삶의 마지막을 독서로 채우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 나왔다. 호주의 시인이자 비평가인 클라이브 제임스의 독서 편력을 담은 책이다.

2010년 백혈병 확진을 받은 뒤 그는 이렇게 고백한다. “귀에서 째깍째깍 시계 초침 소리가 들렸다. 이렇게 된 마당에 새 책이든 중요한 책이든 간에 책이라는 걸 읽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혹은 내가 이미 아는 훌륭한 책들조차도 다시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지 궁금해졌다.” 이후 그가 몰두한 것은 말 그대도 ‘죽음을 이기는 독서’였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저자가 만년에 쓴 비평집이지만, 결코 무겁거나 우울하지 않다. 헤밍웨이와 콘래드, ‘왕좌의 게임’에 대해서, 그리고 2차 세계대전과 히틀러, 현대 미국 정치와 할리우드의 뒷이야기, 이스라엘 문제에 이르기까지 시공간과 주제를 초월해 종횡무진 파고든다. 자신의 비평이 이제는 “모두 다른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 의연히 말하면서 그는 책에 대한 헌사를 아끼지 않는다. “책들은 공동묘지가 아니라,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출입구마다 끝없이 달린 반짝거리는 거울의 목가적인 전시장이다.

그 미지의 세계가 캄캄해 보이는 이유는 단지 우리가 그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의 지식을 더 늘리려 하지 않지만, 바로 그 지식이 우리를 여기까지 데려왔다.”

클라이브 제임스 저/ 김민수 역/ 민음사/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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