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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나라
  • 박서현 기자
  • 등록 2018-07-13 19:21:22
  • 수정 2018-07-13 19: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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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서남부 윈난성과 쓰촨성 경계에 있는 아름다운 호수 루구호 주변에는 모쒀족이 산다.

2000년의 긴 역사를 자랑하는 이들이 지금까지 이어오는 전통은 ‘가모장제’다. 쒀족의 가족은 모계 친족으로 구성된다. 할머니 아래 어머니, 이모, 외삼촌, 그들의 아이들로 구성되고 아버지는 없다. 모쒀족 여성들은 성년이 되면 혼자만의 방을 쓰며 사랑의 자유를 만끽한다. 여성의 마음을 얻은 남성은 밤중에 그녀의 방문을 두드려 밤을 보내고, 아침이면 어머니와 함께 사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간다. 결혼, 이혼, 불륜 개념도 연인에 대한 집착도 찾아 보기 힘들다. 모쒀족은 남성이든 여성이든 상대에게 자신만을 사랑해 달라거나 자기 곁에서 시간을 보내라고 요구할 권한이 없다고 생각한다. 6년 동안 모쒀족과 함께 생활한 저자는 자기 연인이 지금 어디서 뭘 하는지 전화를 걸어 확인하는 모쒀인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아이가 생기면 그 아이는 어머니의 자식으로서 모계 대가족 하에서 공동양육된다. 남녀의 성적 결합에 기초해 구성된 기존의 가족제도 하에서는 안정적인 가족을 유지하기 위해, 특히 자녀가 있을 경우에는 아동이 안정된 환경에서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 자유로운 연애가 허용되지 않지만 모쒀족은 연애와 가족을 분리시켜 자유연애와 안정된 가정을 모두 이뤄냈다.

저자는 모쒀족 아이들은 결혼, 이혼, 동거, 결별 등으로 깨지기를 반복하는 불안정한 가정이 아니라 모계 가정에서 죽을 때까지 안정되게 살 수 있다고 말한다.모쒀족같은 가모장 사회는 희귀하다. 일반적으로는 아빠+엄마+자녀로 이루어진 가족이어야 정상가족으로 인정해 주는 세상의 기준은 아직 강고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가족제도에 대한 회의는 목에 차 있다. 이혼율이 높아지는 것을 넘어 결혼을 하지 않는 비혼주의 경향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가족제도 하에서 억압되는 부분에 대한 공감대가 지속적으로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추 와이홍 지음 / 이민경 옮김 / 흐름출판 / 1만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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