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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원 나의 유학
  • 김진성 기자
  • 등록 2018-07-25 18:20:39
  • 수정 2018-07-25 18: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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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부터 20년간 유교 경전 사서삼경(四書三經) 원문을 번역하고 해설한 이기동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한국 서원과 문화재 답사기 '나의 서원 나의 유학'을 펴냈다.

조선시대에 선학을 배향하고 후학을 길러낸 공간인 서원, 고유한 건축미를 간직한 고택과 전통 정원을 유학자 시선으로 관찰하고 쓴 책이다.

여정은 목은 이색(1328∼1396)을 모신 충남 서천 문헌서원에서 시작한다. 저자는 목은에 대해 한국에 성리학을 완전히 정착시킨 인물이라고 평가하면서 "이성계의 정치적 성공은 이색이 체계화한 성리학 토대 덕분"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목은이 추구한 성리학 핵심을 하늘과 사람이 애당초 사이가 없이 하나라는 '천인무간'(天人無間)으로 요약하면서 "목은의 위대함은 중국 성리학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우리 토양에 맞게 뜯어고쳤다는 점"이라고 강조한다.

목은을 조선 철학의 뿌리로 보는 저자는 조선 최고 정치가로 세종을 꼽는다. 그는 세종이 묻힌 여주 영릉(英陵)을 방문하고는 세종이 남과 자신을 분리해 생각하지 않는 '한마음'을 드러냈다고 평가한다.

이어 "돌아가는 꼴을 보니 가슴이 다 터진다. 어울렸다 헐뜯었다 서글프기 짝이 없다. 훌륭한 정책들은 모두 등 돌리고, 잘못된 정책들만 골라가며 시행하네"라는 '시경'(詩經) 구절을 인용해 오늘날 정치인을 비판한다.

수양철학 대가인 이언적(1491∼1553)을 모신 경주 옥산서원, 김인후(1510∼1560)가 천국의 꿈을 입히고자 했던 담양 소쇄원, 정약용(1762∼1836)이 학업을 이룬 강진 다산초당에 대한 이야기도 담았다.

한국 사상이 지닌 특질로 한마음을 꼽는 저자는 "문화재에서 사람 냄새를 맡을 수 있도록 옷을 입히는 일을 해야 한다"며 "몸보다 중요한 것이 마음이고, 힘으로 제압하는 것보다 사랑으로 용서하는 것이 더 참되다"고 조언한다.

이기동 저/ 사람의무늬/  240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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